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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해우소]"허위 리뷰에 속수무책" 점주들, 별점테러 뿔났다
-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의 무리한 환불 요구와 악성 리뷰에 시달리다가 뇌출혈로 숨진 자영업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쿠팡이츠 등 배달앱 운영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배달앱 가입 점주들은 쿠팡이 가맹점과 소비자의 분쟁을 방관했다며 블랙컨슈머(악성소비자)에 대한 점주의 대응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사진=MBC 뉴스 캡처)◇‘새우튀김 갑질’에 쓰러진 사장님…해결 세 차례 요청했지만“별점 테러와 악성 리뷰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 가맹점주들도 많습니다”지난 21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동작구의 한 김밥집 점주 A씨는 쿠팡이츠를 통해 김밥과 만두, 새우튀김 등을 주문한 고객으로부터 ‘새우튀김 1개의 색깔이 이상하다’며 1개 값인 2000원을 환불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A씨에게 “세상 그따위로 살지 마라.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 등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결국 A씨는 새우튀김 1개 값을 환불하고 사과했지만 고객은 기분이 상했다며 음식값 전액 환불을 요구했다. 이어 배달앱 리뷰에 “개념없는 사장”이라는 글을 올리고 별점 1점의 혹평을 하는가 하면 쿠팡이츠 측에도 지속적으로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과정에서 쿠팡이츠는 A씨에게 고객과의 중재 없이 불만성 내용을 전달하는데 그쳤고, A씨는 쿠팡이츠와의 통화 이후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결국 3주 뒤 사망했다.유가족인 딸 B씨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사망한 어머니는 당시 손님이 환불을 받은 뒤 앱에 쓴 별점 테러를 보기도 전에 쓰러지셨다고 밝혔다. 손님은 당시 ‘개념을 상실한 가게’라는 식의 글과 별점 5점 중 1점을 줬고 이를 가족들이 나중에 확인했다고 말했다.B씨는 “어머니가 환불을 마친 후 쿠팡이츠로부터 온 연락을 받고 이를 설명하면서 뒷목을 잡고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했다”며 “당시 손님으로부터 3통, 쿠팡이츠로부터 4통의 전화가 왔으며 한 통의 쿠팡이츠 전화는 어머니가 쓰러진 다음이었다”고 전했다.B씨는 “그분이 인정을 안 하신다. 왜 자기한테 그렇게 말을 하느냐. 그쪽이 잘못해서 쓰러진 건데 왜 나한테 책임을 묻느냐고 했다. 그 고객도 억울하다고 했다”며 “뭐가 그렇게 억울하신지, 돌아가신 분보다 억울하실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새우튀김 갑질’ 후폭풍…별점의 딜레마참여연대 등 7개 시민단체는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블랙컨슈머 양산하는 쿠팡이츠 등 배달 앱 리뷰ㆍ별점 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리뷰와 별점 평가 제도는 거리나 배달료의 차이, 할인 이벤트 등 기본의 매장 선택 기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며 “점주들은 음식 맛, 위생 등 본질적인 노력보다는 손편지, 리뷰 이벤트 등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실제 쿠팡이츠와 계약을 맺은 지 18개월차에 접어들었다는 파스타집 주인 A씨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쿠팡이츠의 문제점을 규탄했다.A씨는 “매장에서 쓰지도 않는 재료가 들어갔다는 리뷰를 남겨도 대응할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쿠팡이츠 측에 업주가 답변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안된다’였다. 공정위에서는 쿠팡이츠에 대해 ‘아직 시장 지배 사업자가 아니다. 점유율이 낮다’는 말만 반복하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며 “우리 매장은 배달 앱 중 쿠팡이츠 주문이 70%에 달한다”고 말했다.김 사무국장은 쿠팡이츠를 포함한 배달 앱 전체가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며 리뷰와 별점 평가 외에 새로운 음식점 평가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김 사무국장은 “별점 평가 제도 외에 재주문율이나 단골고객점유율 등을 별점에 가산하는 방식의 객관적 매장 평가 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가장 큰 문제는 기본적인 법 체계도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쿠팡으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 사회적 합의에 배제된 배송기사, 쿠팡이츠를 이용하는 중소상인 등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공정화법’과 같은 기본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장기환 쿠팡이츠서비스 대표이사는 입장문을 내고 악성 리뷰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이사는 “일부 이용자의 갑질과 무리한 환불요구, 악의적 리뷰 등으로 피해를 입은 점주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하지 못한 점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전담 상담사 배치 등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직장인해우소]'월화수목금금금' 한계 넘어선 '보건소 간호직'
-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부산에서 격무에 시달리던 30대 간호직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두고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이 나오면서 1년 넘게 격무에 시달리는 방역인력들의 상황이 재조명되고 있다.(사진=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제공)◇“코호트 병동 업무에 압박감”…극단에 선 간호 공무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과도한 업무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부산 간호직 공무원 A씨가 숨지기 전날 업무 압박감을 호소하며 동료와 대화한 내용이 공개됐다. 숨진 A씨 유족은 지난 26일 A씨가 동료와 대화한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했다.A씨는 지난 18일부터 확진자가 나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부산 B병원을 담당·관리했으며 23일 오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숨지기 전날 A씨는 동료 두 명과 대화를 하면서 “이른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하다. 어제 오전 B병원을 다녀와 너무 마음에 부담이 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정말 ‘멘붕’(정신이 붕괴된다는 의미)이 와서 C씨와 의논했고 주도적으로 현장에서 대응하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적었다.A씨는 같은 날 상사에게도 어려움을 호소했다.A씨는 한 간부에게 “죄송합니다. 코호트 된 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머리는 멈추고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힘들어서 판단력이 없었습니다”고 적었다.유족에 따르면 당초 A씨는 B병원에 대한 관리 담당이 아니었지만 상부 지시 등 압박으로 인해 맡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들은 “고인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눈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보면 보건소 직원들은 차례를 정해 순서대로 코호트 병원을 담당하다. 하지만 고인이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순서가 아닌데도 업무를 떠맡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실제로 A씨가 업무 담당을 거부하자, 동료들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A씨가 일을 잘하니까 맡아달라’,‘A씨가 일을 안 하면 나의 입장이 곤란해진다’ 식의 내용이 오갔다.과다한 피로가 누적된 A씨는 포털에 우울 관련 단어를 검색하고 일을 그만두는 내용의 글도 수차례 찾아봤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불안장애, 공황장애, 두통,치매 등 신체적 증상은 물론 정신과, 우울증 등 단어를 찾아보고 공무원 면직, 질병 휴직 등을 문의하는 게시글을 살펴보기도 했다.유족들은 본래 3일장을 치르려 했지만 A씨의 사망 원인 파악을 위해 5일장으로 연장했다. 현재 경찰은 유족, 목격자를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수사 중이다.◇코로나 1년 4개월…월화수목금금금, ‘번아웃’ 호소하는 의료진KBS에 따르면 해당 보건소 측은 업무 배정 때 업무 관련성을 따져 인력을 배정하고 있다며 형평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모든 보건소 직원이 코로나19 방역 현장에 투입되고 있어 업무를 바꿔줄 인력도 없다는 것이다.여기에 현장 의료인력 같은 경우도 코로나19 대응업무를 하면서 65~69세 노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접수까지 맡아야 하는 등 코로나19 최전선을 지켜온 보건소 인력들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이에 대해 공무원 노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현장 인력의 과도한 스트레스가 극도로 높아졌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보건소 자체 접종 외에 지역예방접종센터에도 보건소 인력이 대거 투입되고 있다. 때문에 접종자들을 안내하고 전산 자료를 입력하려면 정부에서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접종센터 의사·간호사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실제로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지난해 7월 의료·현장대응팀 6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인식조사를 한 결과 73.6%가 ‘번아웃’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번아웃을 구성하는 3대 하위 영역인 ‘감정적 고갈’, ‘냉소’, ‘효능감 저하’를 모두 겪고 있는 인력도 33.8%에 달했다.유 교수는 “장기간의 업무로 정서적인 탈진 상태에 놓여있고 그 수준이 이전보다 심각해졌다”면서 “일에서 몰입과 성취감이 아닌 냉소감과 낮은 효능감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받아든 방역 성적표의 뒷장이자 이면”이라고 지적했다.정부는 이러한 상황에도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7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브리핑에서 “역학조사·진단검사 등 기존 방역업무가 증가하는 데다 현장 점검도 있고 예방접종 관리도 증가하고 있어 보건소 직원의 업무 부담이 많이 증가한 상태”라며 “시군구 지자체 쪽 행정 인력을 보건소에서 근무하도록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손 반장은 “추가 인력 배치라는 건 공무원의 추가 채용을 말하는 것인데 시간이 상당히 걸리고 지자체별로 임의로 뽑을 수 있는 게 안라 공채를 통해 충원하는 과정이 1년 가까이 걸린다”면서 “정규직 인력을 충원하긴 어려운 일이다. 대신 인력 재배치, 보조 인력 투입식으로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이를 두고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규직을 뽑기 어려우니 단기 인력을 뽑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진단과 처방이 맞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김 교수는 “업무를 지도·감독해 줘야 하는데 이런 건 전문성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며 “인력 문제는 지난해부터 나온 얘기인데 정부에서 할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 인력 보충이 있었다면 보건소 간호직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직장인해우소]또 일터에서 쓰러진 청춘…"남일 같지 않다"
-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2018년 12월 고(故) 김용균씨는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하다 숨졌다. 지난달 4월에는 경기도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보수 작업을 하던 고(故)선호씨가 23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두 명 모두 20대 초반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제대로 된 안전 교육이나 안전 장비, 지침 없이 현장에 투입됐다가 목숨을 잃었다.김씨의 사망 이후 노동 환경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왔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구조적 문제는 20대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컨테이너 날개 부분이 쓰러지는 현장 CCTV 영상(사진=채널A 화면 캡처)◇‘이선호, 산재, 하청’ 해시태그 다는 2030 “남일 같지 않다”300㎏에 달하는 컨테이너의 날개가 덮치며 외부 압력에 의한 두부 및 늑골 다발성 골절에 의한 뇌기종 및 혈흉으로 사망한 이씨의 사망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애도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특히 2030 젊은이들은 SNS를 통해 이씨를 추모하는 한편 ‘남일 같지 않다’며 노동안전을 요구하고 있다.그들은 자신들의 SNS를 통해 ‘이선호 평택항사고 청년 안전 하청’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고 이선호씨를 추모하고 있다. 아울러 산재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게 덮이는 경우가 많다며 위험에 노출된 많은 노동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촉구했다.지난 10일 이씨의 고등학교 동창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하루 평균 7명, 해마다 2400명 이상이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지만 그게 제 친구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이씨의 죽음에 △무리한 인원 감축 △전반적인 안전관리 미흡 △구조물 노후화 △초동대응 미흡 △정부의 안전관리 감독 부실 등을 꼽았다.청원인은 “아직도 믿기지 않고 너무 슬프지만 이런 슬픔은 저희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다시는 같은 일이 생겨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고자 일하다 목숨을 잃은 이선호 씨의 죽음을 알리며 산재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유족들은 진상규명과 회사 측의 사과를 요구하며 이선호 씨 사망 3주일이 지나도록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제공받은 당시 CC(폐쇄회로)TV에 따르면 현장에는 안전장치도, 안전관리자도 없었다. 업체 측은 이씨가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물건을 옮기는 용도 외의 용도로 지게차를 사용 할 경우에는 컨테이너용 특수 운반장치로 날개를 넘어지지 않게 잡아두고 작업을 해야 하지만 원청 업체는 이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 아울러 중장비가 오가는 위험한 환경에서 꼭 갖춰야 할 작업계획서 조차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BS보도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규칙에 따라 지게차를 운행하거나 중량물을 취급할 땐 반드시 작업 계획서를 만들고 이에 따라야 한다. 안전감독자도 없었을 뿐 아니라 위험 작업 전에 실시해야 할 특별안전교육도 하지 않았다.이에 대해 이씨의 아버지는 사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태도에 “안전모 안 쓰는 사람 들여 보내놓고 사고 났다, 안 썼다. 말이 안되지 않나”라며 “회사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결국 원청업체인 ‘동방’은 사고 발생 20일 만에 “컨테이너 작업 중 안전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며 공식 사과했다.◇“작업 계획서도 없었다”…곳곳 도사린 위험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도 최근 평택항과 현대제철 등 잇따라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이 일제히 산재 사망사고를 줄일 실질적인 대책 마련 요구에 나섰다. 정부가 준비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법 제정 취지가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문 대통령은 13일 오후 경기도 평택에 마련된 이 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시설 안에서 일어난 사고인데 사전에 안전관리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사후조치도 미흡한 점들이 많았다”며 “노동자들이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 씨를 비롯해 잇따라 나오자 산재 사망사고가 일어나자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후진적인 산재사고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유관부처와 TF를 구성해 강력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산재사고 절반 줄이기를 표명했지만 실제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발표한 4월 중대재해 분석 결과에 따르면 66건의 재해가 발생해 사망자 64명, 부상 21명이 발생했다. 사망자 64명 중 25명이 하청노동자, 사망자 중 7명은 이주노동자다. 이 중 건설업이 34곳(52%)로 절반을 넘었고, 제조업 19곳(29%) 순이었고 떨어짐 24건(36%), 끼임 17건(26%) 순이었다.정치권 움직임도 분주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 지도부는 지난 12일 평택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고현장을 직접 찾아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13일 산업재해 책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막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1월 법이 제정되고 처음 나온 개정안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법인과 경영책임자에게 최소 1억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현행법은 ‘10억원 혹은 50억원 이하’라는 상한선만 규정하고 있다.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평택항을 찾아 사고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내년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입법 취지에 맞게 제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순천향대천안병원, 코로나19 이동형 모듈 선별진료소 개발 착수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순천향대 천안병원(병원장 이문수)이 29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 지원하는 ‘감염병 방역기술 개발 사업’에 선정됐다고 29일 밝혔다. 개발할 기술은 ‘스마트 음압 시스템 기반 이동형 모듈 선별진료소 방역기술’이다. 순천향대천안병원, ㈜해우기술, 이솔테크가 2년간 함께 개발에 나선다.자동화된 음압시스템을 갖춘 이동형 모듈 선별진료소는 개발되면 코로나19 검사의 신속성과 유동성을 높여 감염확산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에 참여하는 병원 의료진은 세부책임자인 핵의학과 유익동 교수를 비롯해 산부인과 전섭 교수, 이비인후과 최성준 교수, 감염내과 박정완 교수, 정형외과 정기진 교수 등 5명이다. 유익동 교수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보다 체계적인 음압시스템과 검체관리시스템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며, “순천향대천안병원은 개발 과정에서 안정성, 유효성, 적합성 등에 대한 각종 평가지표 발굴과 평가를 담당한다”고 말했다. 백무준 순천향대천안병원 연구부원장은 “이번 연구 외에도 다양한 코로나19 관련 연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훌륭한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혁신적인 방역기술이 개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여행]2000년간 마르지 않았던 호수, '쉼터'가 되다
- 물안개 핀 의림지의 아침풍경[제천(충북)=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중부 내륙에 위치한 아담한 소도시, 충북 제천. 하늘에서 보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으로, 조용하게 돌아다니기에 안성맞춤인 도시다. 그 중심에 ‘의림지’가 있다. 제천 10경 중 으뜸으로, 제천에서 가장 유서 깊은 곳이다. 제천 시민들은 의림지에 대한 향수가 각별하다. 유년 시절 단골 소풍 장소였고, 가족의 추억이 담긴 유원지며, 오붓한 산책로와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았다. 시간을 거스르면 의림지는 용두산 아랫마을 제천의 농토를 적시는 생명줄이었다.제2의 의림지로 불리는 비룡담◇제천 10경 중 으뜸 ‘의림지’의림지는 제천시 모산동에 자리하고 있다. 원래 이름이 ‘임지’였지만 고려 때 의림지로 개명됐다. 저수지가 품은 역사는 선암사의 해우소만큼이나 깊다. 삼한시대에 처음 쌓았다고도 하고, 신라 진흥왕 때인 550년쯤 우륵이 만든 것으로도 전해진다. 당시 우륵은 제자들과 함께 이곳에서 가야금을 뜯으며 만년을 보냈다고 한다. 그가 조석으로 가야금을 연주했다는 우륵대(제비바위)와 우륵정이 남아 있다. 이후 조선시대 초기 이곳에서 현감을 지낸 박의림이라는 사람이 증축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의림지의 나이는 대략 1500~2000살쯤 된다.용두산 자락에 안긴 의림지는 못이라기보다 호수에 가까울 만큼 크고 넓다. 저수지 주변에는 수백년은 됐음직한 노송과 수양버들이 늙은 자태를 뽐낸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2㎞ 거리의 호반 둘레길로 든다. 도로에서 불과 몇 발짝 옮겼을 뿐인데 바람 끝에 실린 솔향이 싱그럽다경승지로도 유명하다. 둘레길에는 과거 시인묵객들이 시심을 풀고 풍류를 즐겼던 영호정(1807년 건립)과 경호루(1948년 건립)가 버티고 있다. 의림지 풍광을 더욱 운치 있게 해주는 것은 소나무와 수양버들이다. 저수지를 수호신처럼 지키고 선 소나무는 허리가 굽고 비틀어진 채로 수백년을 버텨왔다. 하늘로 곧게 솟은 소나무에선 기개가 느껴진다. 물가에 가지를 늘어뜨린 수양버들은 아름다운 곡선미를 자랑한다. 제천 사람들은 의림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우리나라 최고(最古) 저수지라는 이유도 있지만, 사시사철 맑고 푸른 제천의 하늘을 담아내는 거울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일까. 의림지는 삼한시대 이후 단 한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다고 한다. 저수지 바로 아래서 지하수가 사시사철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앞날을 내다보는 우리 선조들의 혜안에 또 한번 놀란다. 최근에는 영화 촬영지로 많이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늘었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다. 늦은 밤 저수지 산책은 빼놓을 수 없다. 의림지는 제천에서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 가운데 하나다. 그저 바라보는 야경이 아니라 느릿하게 걸으며 느끼는 밤의 풍광이다. 의림지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는 유리전망대와 용추폭포◇의림지의 새 명물, 용추폭포 유리전망대의림지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는 유리전망대와 용추폭포의림지에 새 명물이 등장했다. 마치 폭포 위에 서 있는 듯 짜릿함을 안겨주는 용추폭포 유리전망대가 그것. 2020년 8월에 개방했다. 유리전망대에 가기 위해서 먼저 용추폭포를 찾는다. 제천시 캐릭터 박달신선과 금봉선녀가 앞에 있는 의림지관광안내소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걷다 보면 오른쪽에 용추폭포가 등장한다. 유리전망대는 용추폭포 위에 설치한 인도교로, 발아래 장쾌하게 쏟아지는 폭포가 내려다보인다.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물을 바라보면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가 포말과 함께 사라지는 기분이다. 몇 걸음 걷지 않아 마치 폭포 위를 산책하듯 아찔하다. 폭포는 아래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발아래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는 느낌이 색다르다. 용추폭포라는 이름은 이무기가 용이 돼 승천하지 못하고 터져 죽어 만들어진 곳이라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일부 주민은 지금도 용추폭포를 ‘용터지기’라고 부른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용 울음소리처럼 들린다고 해서 ‘용폭포’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용추폭포 아래 용 모양 바위가 있었으나, 오랜 풍화작용으로 사라졌다.용추폭포는 약 30m 높이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웅장한 폭포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경호루 뒤쪽으로 가야 한다. 아름드리나무 사이로 폭포가 존재감을 뽐낸다. 경호루 근처에 있는 후선각 터도 전망 포인트다. 유리전망대에 깜짝 재미도 있다. 전망대 바닥은 투명 유리와 불투명 유리가 섞여 있는데, 철제 기둥에 설치된 센서를 지나면 불투명 유리가 투명 유리로 바뀌어 폭포가 내려다보인다. 관광객은 예상하지 못한 변화에 놀라며 즐거워한다.의림지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도보길을 따라가면 솔밭공원이 나온다. 의림지와 함께 제천사람들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이다.◇의림지를 중심으로 이어진 걷기 좋은 길의림지와 이어진 길도 요즘 같은 봄날에 더없기 걷기 좋다. 의림지 남쪽으로는 ‘삼한의초록길’이 있고, 북쪽으로는 한방치유숲길이 이어진다. 의림지를 중심에 두고 이어진 이 두 길은 생김새부터 다르다. 삼한의초록길이 의림지가 가둔 물이 흘러 적시는 평야지대를 걷는 길이라면, 북쪽의 한방치유숲길은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숲길이다. 농로를 확장·개조한 삼한의초록길은 의림지뜰을 북에서 남으로 일직선으로 관통해 시내 언저리까지 닿는다. 전체 2.3km 산책로를 걸으면 사방으로 시야가 툭 트인다. 산간지역인 제천에서 의외로 드넓은 평야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의림지에서 솔밭공원~비룡담~용두산으로 이어진 한방치유숲길은 이름 그대로 숲길이다. 특히 의림지와 이어진 솔밭공원은 의림지를 능가하는 숲의 규모에 놀란다. 멋들어지게 휘어진 소나무 가지 아래는 솔잎만 떨어진 붉은 흙길이다. 그늘 한 점 들기 힘든 소나무의 땅이다.솔밭공원 산책로는 바로 위 제2의림지로 불리는 비룡담으로 이어진다. 가파른 제방에 놓인 지그재그 목재 데크를 오르면 제천의 진산인 용두산 아래에 의림지와 규모가 비슷한 저수지가 초록색 물을 담고 있다. 호수 왼편 산자락으로 난 길은 상류 피재계곡으로 이어진다. 한국전쟁 당시 희생자들의 아픔이 반영된 지명이다. 약 1km를 걸으면 목재 덱이 끝나는 지점에 한방생태숲이 있다. 조성한 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은 생태숲이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인데, 군데군데 벤치가 있어 쉬어가기 좋다.제2의 의림지로 불리는 비룡담의 반영◇여행메모△볼거리=2019년 1월에 문을 연 의림지역사박물관은 의림지의 역사·문화·생태적 가치를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는 곳이다. 의림지와 동고동락한 제천의 세월을 대형 스크린으로 만나는 ‘시간의함’, 의림지의 역사적 가치를 낱낱이 보여주는 ‘역사의함’, 용두산 피재와 의림지 등을 거쳐 농경지로 물을 공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문화의함’,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생명의함’, 의림지의 과거와 현재 생활상을 전시하는 ‘추억의함’ 등 5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체험거리=제천한방엑스포공원에서 운영되는 ‘홉테라피’는 제천 지역의 대표 웰니스관광 프로그램이다. 제천에서 재배되는 친환경 맥주 원료 홉을 활용하는데, 정신 안정과 육체의 이완을 이끌어내며 체내 독소를 제거하고 혈액 순환 촉진과 면역 증진에 도움을 준다. 홉차 만들기, 홉 족욕, 홉 핸드스파, 홉 코스메틱과 테라피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먹거리=의림지 주변으로는 먹거리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도토리묵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꿀참나무 식당’과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넣은 돌솥밥과 오쌕꽃비빔밥으로 유명한 ‘오디향 식당’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