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벨트 부활 위해"…트럼프 무역전쟁, 환율로 전선 넓히나

'트럼프식 환율전쟁' 공포 커진다 <상>-②
美, 33년 전 쌍둥이 적자 해결 위해
獨·日 등과 환율 조정 '플라자 합의'
日 엔高에 흔들 '잃어버린 20년' 시작
자국 제조업 수출 중시하는 트럼프
약달러 유지, 무역 적자 해결 노려
美 교역국 중 韓 타격 가장 클 듯
  • 등록 2018-03-20 오전 5:55:00

    수정 2018-03-20 오전 5:55:00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지난 1985년 9월22일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들이 일제히 모여들었다.

미국 달러화 강세가 극에 달한 때였다. 5개국 경제 수장들이 한 합의는 간단했다. “달러화 가치를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대외 불균형 축소를 위해 재정·통화정책에 공조합니다.” 미국은 1970년대 베트남 전쟁 등으로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였고, 강(强)달러에 무역 적자도 불어났다. ‘쌍둥이 적자’였다. 타깃은 제조업 강국인 일본(엔화)과 독일(마르크화). 그렇게 플라자합의는 이뤄졌다.

이 합의가 후대에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지 당시 상상이나 했을까. 합의 직후 1주일 만에 엔화와 마르크화는 각각 8%, 7%가량 급등했다. 그 이후는 모두가 아는 결과다. 독일은 유로화 체제로 들어서 충격이 덜했지만,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의 고통이 시작됐다. 반면 미국은 1990년대 신(新)경제로 불리는 고성장을 지속했다. 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위력이 얼마나 큰지, 각국은 왜 유리한 환율 수준을 유지하려 하는지 극명하게 드러났던 사례다.

그런데 33년 전 플라자합의의 망령(亡靈)이 다시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이른바 ‘트럼플라자(TrumPlaza)’다. 관련 보고서를 쓴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무역 적자는 과거와 달리 중국 등 여러 나라에 분산돼 있어 뉴 플라자합의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약(弱)달러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4년 만에 최대 폭 절하된 달러

달러화 약세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달러인덱스는 10.33%나 급락했다. 2013년 이후 매해 0.48%→12.61%→9.31%→4.25% 상승했다가, 지난해 5년 만에 크게 내렸다. 하락 폭만 보면 2013년(-15.99%) 이후 14년 만의 최대다.

미국은 지난 1월 그 속내를 넌지시 드러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무역과 기회 측면에서 약(弱)달러가 미국에 좋다”고 밝힌 것이다. 독보적인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이렇게 언급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은 수출이 잘 안 되고 무역 적자가 악화하고 있다”며 “제조업 수출을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달러를 유지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글로벌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뜻”이라고도 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투자은행(IB) HSBC는 “미국의 공격적인 태도는 교역 상대국이 우려할 만한 위협을 가해 환율정책의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이라며 “자국 통화의 평가 절상을 용인하고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해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테면 미국은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원화 가치의 절상 흐름을 방어하면서, 수출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고 의심해 왔다. 이를 미국 무역적자의 주요 요인으로 보고, 환율조작국 지정 검토를 통해 압박해 왔다.

실제 지난해 주요국의 통화가치는 일제히 급등했다. 원화 가치는 13.50%나 상승했다. 유로화,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역시 각각 13.87%, 6.88%, 4.12% 올랐고, 호주 달러화도 8.32% 상승했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예측이 불가능해 안심은 어렵다”며 “계속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韓 협상력 떨어져…美 압박 대응 어려워

문제는 우리나라의 충격파가 유독 크다는 점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센서스뷰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주요 교역국 중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만 크게 악화됐다. 미국은 우리나라를 상대로 2015년과 2016년 당시 각각 283억달러, 277억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229억달러로 감소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그만큼 대미 수출이 줄었다는 의미다. 중국(-3470억달러→-3752억달러), 일본(-689억달러→-688억달러), 독일(-649억달러→-643억달러) 등을 상대로 한 미국의 무역 적자는 오히려 더 확대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우리나라의 협상력이 주요 교역국보다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보호무역주의는 기본적으로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주요국들) 여기저기서 모두 약세로 갈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환율조작국 문제가 걸려있어 직접적인 시장 개입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 가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안동현 원장은 “환율이 1000원 초반대로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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