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세대·니트족·구직단념자'...그들은 왜 포기에 익숙해졌나

6월 구직단념자 58만명 중 2030세대 절반
고용시장 한파에 ‘번아웃’ 겪고 의욕 저하
코로나19 탓해도...자존감 하락에 미래 불안
전문가 “장기적 관점에서 민간 일자리 늘려야”
  • 등록 2021-08-01 오전 8:30:42

    수정 2021-08-01 오전 8:30:42

"N포세대, 니트족, 구직단념자...왜 청년은 자꾸 포기하는 존재가 돼 버린 걸까요?"

서울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이현준(가명·남·27)씨는 구직을 단념한 이유를 묻자 이같이 되물었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연이은 ‘서탈’(서류 탈락)에 지쳐 최근 입사 지원을 그만뒀다. 채용 공고 애플리케이션도 휴대폰에서 삭제했다.

이씨는 “가뜩이나 인문계열 전공은 경쟁력이 없을뿐더러 기업들이 수시 채용을 확대하면서 취업문이 더욱 좁아진 느낌”이라며 “나름 성실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의욕이 점점 사라진다. 당분간 쉬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구직 활동을 포기하고 ‘그냥 쉬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악화한 취업난에 몸도 마음도 지친 탓이다. 이들은 “쉴 새 없이 구직 경쟁에 지쳤다”며 "코로나가 잠잠해져 고용시장이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청년층 구직단념자·니트족 증가세

구직단념자가 지난 6월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그중 절반가량이 20·30세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구직단념자는 58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 6000명 증가했다. 2014년 관련 통계를 개편한 이후 6월 한 달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중 20대는 18만 6000명, 30대는 8만 7000명으로 2030세대가 27만 3000명(46.8%)에 달했다. 20대 구직단념자는 1년 전(17만 6000명)과 비교해 만 명가량 늘었다.

‘구직단념자’란 지난 1년 내 구직 경험이 있고 취업을 희망하나 노동시장적 사유로 지난 4주 동안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노동시장적 사유에는 △전공이나 경력에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 △원하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 △교육·기술·경험이 부족해서 등의 항목이 해당한다.

직업 교육을 받지 않고 있으며 일할 의지도 없는 무업자(無業者)를 뜻하는 청년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도 코로나19 이후 증가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국내 니트족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니트족은 43만 6000명으로 2019년 대비 8만 5000명가량 늘었다. 니트족이 전체 청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6년 2.8%에서 2020년 4.9%로 4년만에 2.1%포인트 증가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니트족 증가 및 장기화가 △부모세대 부담 가중 △사회적 부담 유발 △잠재성장률 하락 등 여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들 끝없는 경쟁에 지쳐..번아웃

20대 청년층이 구직을 단념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이후 더 추워진 고용 시장 한파와 기업의 채용 방식 변화다. 청년들은 좁아진 취업문을 넘기 위한 끝없는 경쟁에 지쳐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겪고 있다.

스스로 니트족이라고 밝힌 김모(26·여)씨는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공개 채용 대신 수시 채용이 늘며 ‘직무 경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경력을 쌓기 위한) 인턴 선발에도 수많은 인원이 몰려 바늘구멍이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전에도 취업이 어려웠다곤 하지만 ‘왜 하필 내가 졸업했을 때 코로나가 닥쳐 이런 상황이 됐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존감 하락과 의욕 저하에 따른 심리적 불안도 구직단념자가 겪는 후유증이다.

두 번의 도전 끝 임용고시 응시를 포기했다는 사범대 졸업생 한모(28·남)씨는 “구직에 나설 의욕은 생기지 않지만 동시에 부모님 눈치를 보게 된다”며 “뭐라도 찾아보는 척 노트북을 켤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청년층의 심리는 번아웃 증후군의 '대비 효과'와 맞물려 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채용 방식 변화 등) 구직을 시도할 기회 자체가 줄며 청년층이 목표가 사라진 느낌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번아웃 증후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찾아오는 무력감이 아니다"라며 "나름 노력을 기울이고 기대한 결과가 좋지 않을 때 그 대비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구직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 온 만큼 코로나19 장기화로 느끼는 좌절감 또한 커진다는 것.

번아웃 증후군을 극복하고 무기력을 벗어나기 위해선 일상 생활 속 통제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수면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는 등 일상을 통제해야 한다"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한다는 느낌을 가져야 (구직 준비를 위한) '예열'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전문가 궁극적 해법은 공공 아닌 민간 부문 일자리 증가

ㅇ전문가들은 청년층 구직단념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 직업교육 프로그램 장기화 △고용 상담 기관 전문성 강화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 확대 등을 제안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용노동부 등에서 제공하는 6개월 단위 현행 직업교육에 대해 "경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직업훈련과 인턴쉽을 결합한 1년 이상의 장기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년층이 만족할 수 있도록 대학 일자리 센터와 지자체 청년 센터의 온·오프라인 서비스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궁극적으로 민간 부문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 일자리는 청년층에게 경력·경험을 부여해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이라며 “장기적인 차원에서 민간 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전했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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