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시험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불합리한 제도를 해결하기 위해 수시전형이 도입됐지만 ‘금수저 전형’이라고 불리는 것이 현실이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더 공정한 고용절차를 밟겠다고 했지만 암암리에 고위층 자녀들이 취준생들의 자리를 하나씩 꿰찼다. 대한민국은 금수저들이 살기 좋은 ‘세습공화국’인 셈이다. “열심히 살면 뭐하나. 부모 잘 만나면 그만인데”가 괜한 말이 아니다.
‘개천에서 용난다’가 공감이 가던 때가 있었다. 가난한 집에서도 피나는 노력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던 때 말이다. 하지만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가 됐다. 오히려 ‘부모 통장에서 용난다’라는 말이 더 신뢰성이 있을 듯싶다. 배움에도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싸우는 과도기 시점에서 부자인 부모 만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 된 이 세상을 어떻게 평등하다고 할 수 있을까. 지난해 3월 닐슨코리아가 실시한 ‘한국 사회 공정성에 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8명은 한국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한 기회를 주지 않는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 힘껏 달려도 차를 타고 가는 사람에게 뒤처지는 현실은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야속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