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갑상선·백내장·도수치료, 실손보험 적용 제한한다

금융당국, 지급기준 강화 밑그림
이르면 2분기 강화안 적용 시행
갑상선 수술비 병원 자문후 지급
백내장, 교정 목적 수술시 미지급
도수치료 기본 지급금 횟수 제한
  • 등록 2022-02-08 오전 5:00:00

    수정 2022-02-08 오전 5:00:00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2월16일 손해보험업계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이르면 오는 2분기부터 갑상선·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등을 필요 이상으로 받으면 실손의료보험금을 지급받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갑상선 수술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보험회사의 의료자문 결과, 반드시 필요한 수술이었다’는 확인서를 받아야 보험금이 지급된다. 백내장은 교정 목적으로 수술받은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도수치료는 일정 횟수까지는 보험금이 기본적으로 나오지만 그 이상부터는 의료진 소견서를 받은 뒤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산부인과나 피부과에서 받은 도수치료로는 보험금을 받기가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4월부터 과잉진료 실손보험 손질

7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3월 말까지 실손보험 비급여 항목 지급기준 강화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업계와 꾸린 관련 태스크포스(TF)에서 이 같은 내용으로 업계와 큰 틀의 논의를 마무리했다. 현재는 업계와 논의를 마친 사안이 합리적인지, 제도적 걸림돌은 없는지 등을 금융위원회와 함께 들여다 보고 있다. 금융위 고시, 표준약관 개정 등이 필요한 작업이 아니어서 최종 조율이 끝나면 이르면 오는 4월부터 강화된 비급여 실손보험금 지급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TF에서 주요하게 논의한 비급여 항목은 과잉진료가 빈번해 실손보험료 인상 주범으로 꼽히는 △갑상선 △백내장 △도수치료 등 세 가지다. 우선 갑상선 수술을 받은 고객이 실손보험금 청구를 하면 보험회사가 의료기관에 과잉진료 여부를 묻도록 할 계획이다. 수술 기준인 갑상선 결절 크기가 2㎝가 안됐는데도 수술을 진행했는지, 2㎝ 미만이지만 수술이 꼭 필요했는지 등의 자문을 구해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백내장은 교정 목적의 수술이 이뤄진 경우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다만 수술이 치료 목적이었는지 교정 목적이었는지 판단 기준을 정확히 세우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의사가 현미경 검사로 수정체 혼탁여부를 판단해 수술하면 정확해지지만, 해당 절차가 의료법상 의무 검사가 아닌 탓에 보험업계가 이를 강제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현미경 검사지 청구는 의무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수치료에 대한 보험금은 기본적으로 지급하되, 일정 횟수 이상부터는 의료진으로부터 도수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받아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당국은 산재보험 등을 참고해 기준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는 별도의 진단서 제출 없이도 청구만 하면 보험금이 지급된다. 이와 함께 산부인과나 피부과에서 이뤄지는 도수치료에 대해선 보험금 지급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비정형외과 도수치료에 대해선 의료자문을 구해 꼭 필요한 치료라는 점을 입증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러한 문화가 소비자나 의료기관 등에 전파되면 과잉치료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보험금 지급 심사 강화 근거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과잉진료 잡으면, 보험료 내릴까

당국이 실손보험 비급여 항목 지급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과잉진료로 상당액의 보험금을 타가는 소수 때문에 다수 가입자 혜택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현재 실손보험 비급여 항목은 청구하는 대로 보험금이 나가고 있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실손보험 손실액이 2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가 실손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키우는 이유다. 올해도 실손보험료는 평균 14.2% 인상됐다. 20% 인상이 필요하다는 업계 움직임에 그나마 당국이 제동을 건 결과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실손보험 비급여 항목의 보험금·진료량 등 정부가 정해놓은 기준이 없었다. 3900만명에 달하는 실손보험 가입자 여론이 악화하자 당국은 실손보험 비급여 항목을 직접 정비하기로 했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해 12월 손해보험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비급여 과잉의료 항목의 보험금 지급 기준을 정비해 실손보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작업으로 과잉진료를 얼마나 잡을 수 있을지는 최종 정비 결과가 나와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급 기준을 세우는 첫발을 내딛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잉진료가 줄어들면 소수만 혜택을 보는 실손보험 폐해는 분명히 바로 잡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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