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위기 민사고가 교명을 바꾸려는 이유[만났습니다]

"폐교 불가피하다면 원래 교명 민족주체고로 역사에 남길 것"
교사 당 학생 수 7대1 미만…25년간 소수정예·밀착교육 고수
학생진로 따라 과목 이수 "고교학점제 이미 시행…왜 없애나"
  • 등록 2021-11-11 오전 5:05:00

    수정 2021-11-11 오전 8:57:58

민족사관고 다산관 건물. 일반교실을 비롯해 공동강의실, 과학실험실, 컴퓨터실, 로봇실험실 등이 있다.(사진=신하영 기자)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현 정부가 2025년 전면 도입하려는 고교학점제는 이미 민사고에서 전면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민족사관고(민사고)는 개교 초기부터 교과교실제와 선택식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민사고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수업시간표에 따라 교실을 이동해 수업을 듣는다. 또 학생 5명 이상이 원하면 선택수업을 개설할 수 있다. 예컨대 민사고에서 이번 학기에 개설한 △미디어 속의 과학 △분자생물학의 이해 △고급 생명과학 등의 진로선택과목은 다른 고교에선 볼 수 없는 교과목들이다. 민사고에선 한 학기 동안 이런 선택과목이 200개 이상 운영된다.

한만위 민사고 교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형 교육제도인 고교학점제를 민사고는 선제적으로 도입, 이미 안착해놓은 상황인데 폐교위기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횡성의 민사고는 최명재(92) 전 파스퇴르유업 회장이 1996년 설립한 자율형사립고다. 영국의 이튼스쿨을 모델로 설립한 뒤 전북 상산고 등 5개 고교와 함께 2001년 현 자사고의 전신인 자립형사립고로 지정됐다. 이후 MB정부의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에 따라 2010년부터 전국단위 자사고로 전환했다. 민사고 설립자인 최 전 회장은 “영국의 이튼스쿨 같은 학교를 설립하려면 학교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기업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며 1987년 파스퇴르유업을 세우고 민사고에 사재 1000억원을 출연했다.

민사고는 설립자 뜻에 따라 개교 이후 학생들의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전면 무상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모기업인 파스퇴르유업이 1998년 1월 외환위기로 부도를 내고 2004년 한국야쿠르트에 매각되면서 민사고도 등록금·기숙사비를 받는 학교로 바뀌었다. 지금은 학생 1인당 연간 학비가 2600만원으로 전국 38개 자사고 평균(731만원)의 3.5배에 달한다.

민사고는 상대적으로 비싼 학비를 교사충원 등 교육의 질 개선에 투입하고 있다. 민사고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6.98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고등학교(11.4명)의 절반에 가까워 소수정예교육이 가능한 구조다.

민사고는 일반고로 전환돼 전국단위 선발권을 잃으면 존립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인구 대비 3%에도 못 미치는 강원도 학생들만으로는 입학정원조차 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폐교 위기에 놓인 민사고는 교명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민사고는 최명재 설립자의 뜻에 따라 ‘민족주체고’로 개교를 추진했지만 북한의 ‘주체’사상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에 직면, 민족사관고로 교명을 바꿔 개교했다. 하지만 2025년 일반고 전환 뒤에는 학교의 존립을 장담할 수 없어 교명만이라도 당초의 취지대로 민족주체고로 변경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학교법인명은 지난해 9월 민족사관학원에서 민족주체학원으로 변경했다. 한 교장은 “폐교하기 전에 교명이라도 바꿔 민족주체고로 역사에 남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민사고의 존립 여부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달렸다. 지난해 5월 자사고·국제고 24개 학교법인은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정부의 시행령 개정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의 결정은 이르면 내년에 내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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