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묶인 취득세에.. 멀어지는 내집 마련 꿈

집값 급등에 실수요자들 부담 가중
거래세 비중, OECD 평균의 8배
“매매 활성화 위해 취득세 내려야”
  • 등록 2018-07-18 오전 5:30:00

    수정 2018-07-18 오전 8:02:48

[그래픽=이데일리 이서윤]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생애 첫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한 아파트 단지를 눈여겨 보고 있는 황 모씨(35)는 지난 4월 매수 기회를 놓친 것이 참으로 한스럽다. 당시 전용면적 84㎡ 기준 8억원이었던 집값이 두 달 새 9억3000만원으로 오른 것도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취득세가 1760만원대에서 3000만원대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집값은 16% 정도 올랐는데 취득세는 무려 74% 늘었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올리면서 취득세는 낮춰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당장 실현 가능성은 낮아 무리를 해서라도 지금 집을 사야 할지 고민이다.

정부가 최근 종부세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패키지로 거론됐던 취득세 인하를 중장기 과제로 미루자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집값 상승으로 취득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 만큼 주택 매입을 고려하고 있는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적잖게 터져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거래세(취득세·양도세득세)를 낮춰야 조세 저항을 줄이고 주택 거래 위축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종부세 개편안에 거래세 인하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신혼부부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게는 취득세를 깎아주겠다고 했지만 부동산 세제 합리화 차원에서 종부세 강화와 함께 추진해야 할 전면적인 취득세 인하는 빠진 것이다. 취득세 인하를 기대했던 실수요자들은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마포구 도화동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 상승으로 9억원을 훌쩍 넘는 아파트가 늘면서 취득세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는 매수 대기자들이 많아졌다”며 “시간이 걸려도 취득세가 인하될 때까지 매수 시기를 늦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 전화도 적지 않게 걸려온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보유세 비중은 낮고 거래세 비중은 높은 편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총세수 대비 보유세 비중은 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3%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거래세 비중은 3%로 OECD 평균인 0.4%를 크게 웃돈다. 보유세 강화와 함께 거래세 인하가 동반돼야 과세 형평에 맞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강화 등으로 주택 거래가 소강 상태인 상황에서 취득세를 낮춰야 거래 물꼬가 트일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과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취득세를 세차례에 걸쳐 짧게는 3개월, 길게는 9개월간 낮추자 실제 거래가 늘어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에 따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으로 거래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종부세 인상까지 겹칠 경우 주택시장이 심각한 거래 절벽에 빠질 수 있다”며 “불가피하게 보유세(종부세)를 인상할 경우 재산 과세의 균형과 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는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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