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北김경희 등장은 ‘김정은 홀로서기’ 선포한 것”

‘숙청설’ 김경희 갑자스런 등장 이유
남편 장성택 처형 6년여만에 공개석상
“김정은 위기설이냐”vs“체제 공고냐”
김경희 건강악화 증거·세대교체 관건
후견정치 종말, 체제전환 준비 태세
  • 등록 2020-01-27 오전 2:28:49

    수정 2020-01-27 오전 2:43:49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김경희의 등장은 후견 정치 종말을 선언하고, 김정은 홀로서기 서막의 선포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이자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의 6년여만에 공식 석상 등장을 놓고선, 내놓은 분석이다.

태영호 전 공사는 26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 시점에 김경희를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 이같이 해석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지난해 6월1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연사로 올라 ‘평화와 번영, 그 불편한 공존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DB).
김경희는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고모다. 김정일 체제에서 핵심 인사로 활동했으며 김정은 집권 후에도 후견인 역할을 해왔으나 남편인 장성택이 2013년 12월 처형된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런 이유로 숙청설까지 나돌았지만 설 당일인 지난 25일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하면서 ‘김경희 독살설’ ‘와병설’을 불식시켰다.

태 전 공사는 “김경희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김정은 체제의 위기’로 봐야 하는지, ‘김정은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의미인지를 묻는 이들이 많아졌다”면서 “이는 김경희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6년간 김경희가 김정은 뒤에서 최고 고위급들을 관리하고 막후 후견인 역할을 해왔다고 가정하면, 김경희를 갑자기 등장시킨 원인은 김정은의 건강 악화가 아니라 반대로 김경희의 건강과 관련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경희 라인은 대부분 70대, 80대로서 김경희보다 조금 우이거나 동년배들이다. 김경희 라인의 많은 간부가 집으로 들어갔다”며 “이렇게 꼰대, 수구세력이 빠지고 김경희의 입김도 빠지면 김정은, 김여정 등 김씨 일가 3대가 독자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책에서 탄력성과 동시에 혼란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김경희 나이가 46년생으로서 올해 74세이고 지금 북한 당 중앙에 남아 있는 최룡해가 70세, 김형준이 71세이다. 지금 북한 권력서열에서 70대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벌써부터 김재룡, 김덕훈 등 김경희가 전혀 모르는 간부들이 핵심요직에 들어서고 있다. 향후 김정은의 고민은 소장파, 실용파와 북한의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지난달 김정은이 군단장들을 백두산에 데려가 향후 북한의 운명은 혁명의 대를 어떻게 이어놓는가에 달려 있다고 우는 소리를 한 것도 다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강경정치의 한계점이 다가오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공산주의체제는 단번 혁명을 통해 변혁되기 힘들다. 세대교체를 통해 무엇인가 새롭게 해보려는 시도들이 생기고 개혁이 진행되는 와중에 통제력을 잃으면 체제 전환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역사”라며 “우리는 북한의 소장파가 좌쪽 신호등을 켜고 경적은 요란하게 울리면서 실지로는 우측으로 핸들을 서서히 돌리지 않는지 눈여겨보아야 한다. 수구와 이념은 퇴직하고 실용을 중시하는 소장파가 점차 권력을 잡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생리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아울러 “통일은 다가오고 있다. 향후 10년 혹은 20년 내에 큰 일이 일어난다. 지금부터 적극적인 대비와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 동지께서 리설주 여사와 함께 1월 25일 삼지연극장에서 설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하셨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김경희 동지도 함께 관람했다며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다음으로 호명,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경희는 검은 한복을 입고,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사이에 앉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 당일인 지난 25일 삼지연극장에서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파란색 원)가 2013년 9월 9일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했다.(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박수 치는 김경희, 김여정, 조용원(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연합뉴스).
왼쪽부터 공연을 보며 박수 치는 김정은, 리설주, 김경희, 김여정, 조용원(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 당일인 지난 25일 삼지연극장에서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 리일환 노동당 부위원장, 조용원·김여정 당 제1부부장, 현송월 부부장이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김 위원장이 관람객들에게 손 흔들며 인사하고 리설주가 옆에서 박수 치고 있다(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관람객들에게 손 흔들며 인사하고 리설주가 옆에서 박수 치고 있다(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관람객들에게 손 흔들며 인사하고 리설주가 옆에서 박수 치고 있다(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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