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세수펑크로 지방재정 비상등…교부세 25%로 늘려야"[만났습니다①]

[인터뷰]강성조 한국지방세연구원장
"코로나 시기 지역별 통합기금 편차…악순환 우려"
"지자체 복지 부담 가중…교육교부금 재구조화 시점"
"신공항 타당성 검토 필요…지역화폐 국비지원해야"
  • 등록 2023-11-23 오전 5:00:00

    수정 2023-11-23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올해 경기 침체에 따른 역대 최대 규모(59조1000억원) 국세수입 결손이 예상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약 23조원 줄게 되면서 각종 사업이 중단 또는 연기될 위기에 처했고, 지방채 발행을 검토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탓에 지자체 세입의 절반을 차지하는 부동산 관련 조세도 줄어들면서 지방세 수입마저 급감한 상태다.

강성조 한국지방세연구원장 인터뷰.(사진=방인권 기자)
강성조 한국지방세연구원장은 최근 서초구 양재동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지방자치가 30년을 맞이했으나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재정·세제가 여전히 중앙정부에 다 의존돼 있다”며 “올해처럼 중앙이 어려워 사후 대책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경우 지방재정이 받는 충격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지자체 비상금 격인 통합재정안정화기금(통합기금)과 통상적인 불용 등을 통해 ‘세수 펑크’를 충분히 수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강 원장은 “통합기금을 사용한다는 방향은 맞지만 코로나19 때 이미 재난지원금 편성에 쓰이면서 지자체마다 여유 자금의 편차가 있는 상태”라며 “이로 인한 악순환이 내후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원장은 지방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우선 내국세의 지방교부세 이전 비율을 25%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체 지자체의 70% 이상이 재정자립도 30% 수준에 불과한 만큼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1983년 이래 13.27%로 동결됐던 이 비율은 1999년 15%로 늘어난 뒤 2005년부터 19.24%를 유지하고 있다. 25%로 인상된다면 2024년도 예산안 기준 지방교부세는 66조7711억원에서 약 86조7600억원으로 늘어난다.

다음은 강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올해 국세 결손으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약 23조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 재정 위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나.

△안타깝다. 지방자치 30년인데 여전히 재정과 세제가 중앙에 의존돼 있으니 이런 충격 때 문제가 심각해진다. 지방교부세가 이렇게까지 줄어들었던 건 외환위기 이후 기억에 없다. 수도권에서 멀어지고 시·군 등 아래로 내려갈수록 지방교부세의 의존도는 더 높고, 중앙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좌지우지하니 부동산 세제 중심인 지방의 중앙 의존도가 가중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자체의 비상금 격인 통합기금으로 세수 결손에 무리 없이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합기금은 경기가 좋을 때 여윳돈을 적립하는 개념이고, 이런 용도로 쓰는 게 당연히 맞다. 그러나 재난지원금 편성 등 지난 3년 코로나19 대응으로 많은 재원을 사용해 지자체마다 여유 자금의 편차가 있다. 특히 재정력이 약한 지자체들은 지방채를 발행하고 사업 공사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이런 악순환은 내년을 넘어 내후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강성조 한국지방세연구원장 인터뷰.(사진=방인권 기자)
-‘세수 펑크’ 여파로 지역경제 위축 우려가 커지면서 중앙의 지방 예산 배분 구조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체 지자체의 70% 이상이 재정자립도 30%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세보다 지방교부세가 더 중요한 세입원일 수밖에 없다. 현재 19.24%인 지방교부세 이전 비율을 25% 정도로 조정하면 지방재정에 상당히 숨통이 트일 것이다. 최근 지자체의 복지사업 지출 부담이 커지면서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에 차질이 생기고 있고 재정자립도도 떨어지는 추세라 보완이 필요하다.

-5%p를 한 번에 올리는 건 급격한 변화가 아닐까.

△과거 13.27%에서 15%로 올렸을 때는 순증이었지만, 15%에서 19.24%로 올렸을 때는 분권교부세, 지방양여금 등 여러 다른 요인을 조정했다. 중앙 기능을 지자체로 보내는 식으로 조정이 따른다면 현재 5%p 정도 더 올리는 것도 무리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방교육교부금 축소 필요성이 커지는 만큼 지방교부세와 연계된다면 재원 변동은 상대적으로 적다.

-현재 20.79% 비율인 교육교부금은 얼마나 낮추는 게 적절할까.

△15% 수준으로 얘기가 나오고 있고 이에 동의한다. 지역인구 감소로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교육의 역할도 당국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장됐다. 재원을 재구조할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다만, 교원인건비가 60~70%를 차지하는 교육교부금을 조정하는 건 선생님 숫자와 맞물리는 일이다. 잘 검토해봐야 한다.

-2024년 예산안에 대거 편성된 지방 신공항 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나.

△공항은 전·후방 산업 파급효과가 큰 시설이다. 지방공항의 경우 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경제권이 경제활동의 거점이 되기도 한다. 다만, 현재 15개 공항 중 활주로 활용률이 두자릿수 이상 되는 곳이 5개에 그치는 등 많은 공항이 정치적으로 추진되다가 실패한 것도 사실이다. 새로 지어지는 지역공항은 타당성 검토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지역화폐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정부는 코로나19 기간 한시적 지원책이었다는 입장인데.

△주민복리와 지역발전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지역화폐는 지자체 사무이지만, 혜택을 받는 사람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이고 지역민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분리해서 접근하면 해결점이 될 것 같다. 실질적으로 재원을 전액 부담하기 어려운 여건의 지자체는 의지만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그런 차원에서 이들에 국비 지원은 필요하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지방 재정자립도 제고를 위해 개선이 꼭 필요한 지점은.

△국세 세원을 지방세로 이양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4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 우리나라와 재정구조가 비슷한 일본은 광역세 중 소득·소비과세 비중이 지난해 예산 기준 83.3%에 달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비중이 45%에 불과하며 대부분 취득세 등 부동산세 중심으로 구성됐다. 특히 부가가치세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소비세는 이제 넘겨야 한다. 애초 부가가치세의 일부분이 지방세였고, 지방교부세(19.24%)·교육재정교부금(20.79%)·지방소비세(25.30%) 등 이미 70%가량을 지방에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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