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폭행사건 중심에 ‘학교 밖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에 의한 학교폭력은 최근 4년 사이 급증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에 붙잡힌 학교폭력 가해자(1만2805명) 중 학교 밖 청소년은 40%(5125명)를 차지했다.
특히 전체 학교폭력 가해자 수는 2012년 2만3877명에서 지난해 1만2805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가해학생 중 학교 밖 청소년은 2055명에서 5125명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학업중단 위기에 놓은 학생들의 관리 부실이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교육당국이 학업중단 위기에 놓인 학생들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여성가족부는 2013년 학업중단 숙려제를 도입했다. 학업중단숙려제는 자퇴의사를 밝힌 학생들을 학교로 복귀시키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학업중단 위기에 처한 학생들에게 최대 50일간의 숙려기간을 주는 게 골자다. 학생들은 이 기간 학교나 외부 기관에서 운영하는 상담·여행·직업·예체능체험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학업중단 숙려제 도입 이후 프로그램 참가 학생들의 학업 복귀율이 늘어나는 등 일부 성과는 거뒀다. 하지만 학교현장에선 숙려제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거론된다. 교사의 또 다른 업무로 인식, 형식적 운영에 그친다는 의미다.
경기도 A중학교의 한 상담교사는 “학업중단 숙려제는 상담 횟수를 채우고 관련 프로그램을 해당 학생이 이수했다는 기록을 교육청에 보고하는 ‘보고용’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며 “담당 교사들의 경우 숙려제를 또 하나의 업무로 생각하고 있어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릉에서 발생한 10대 폭행사건 가해자 중 1명이 학업중단 숙려기간 중에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대안교실 설치,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해야”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교별로 ‘대안교실’을 설치해 위기 청소년을 관리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전국 초중등학교 1만1848곳 중 대안교실을 설치 중인 곳은 9.8%(1159개교)에 불과하다.
정선미 분당청솔중 진로상담교사는 “학교에선 위기 청소년을 ‘학교에는 도움이 안 되고 손만 많이 가는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럴 경우 이들은 마음의 문을 아예 닫아버린다”며 “대안교실을 만들어 전문성을 갖춘 상담교사를 배치하고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학교의 기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 안에서의 위기학생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 학업중단율을 낮추자는 것이다.
최근의 청소년 폭력 문제를 교권 실추와 연관 짓는 분석도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은 “학생 인권이 강조되면서 교사의 생활지도권이 위축된 게 사실”이라며 “특히 교원평가에선 학생들에 의한 교사 평가가 반영되는 부분이 있어 교내 생활지도부장은 교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보직이 됐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청소년 폭행사건의 가해자 대부분이 학교 밖 청소년이거나 학교를 장기 결석 중인 학생들이었다”며 “지금까진 학교 안에서의 폭력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면 앞으로는 상담교사 확충 등 학업중단 위기 청소년에 대한 대책 수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