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4명의 빌리.."우리 정말 많이 컸죠?"

[새 시즌 앞둔 '빌리 엘리어트']
키 30㎝ 훌쩍..얼굴엔 뾰족 여드름
몰라보게 커버린 2017시즌 빌리들
"빌리는 '마지막 퍼즐' 같은 존재"
이달 중 2021시즌 '빌리' 최종 발표
  • 등록 2021-03-16 오전 6:00:00

    수정 2021-03-17 오전 10:22:45

2017년 뮤지컬 ‘빌리엘리어트’ 빌리 역 배우 천우진, 김현준, 성지환, 심현서(왼쪽부터)가 서울 서초구 신시컴퍼니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우와, 너 정말 많이 컸다”, “학교는 잘 다니냐?” 얼굴을 보자마자 이산가족 만난 듯 서로 부둥켜 안고 안부를 묻느라 정신이 없다. 2017~2018시즌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 역을 맡아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났던 4명의 아이들. 천우진(18), 김현준(17), 성지환(16), 심현서(15)가 3년이 지나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신시컴퍼니 본사 사옥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당시 ‘다섯 빌리’ 가운데 에릭 테일러(15)는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나 이날 함께 하지 못했다. 4명의 아이들 모두 “에릭이 보고싶다”며 속상해 했다. 1시간여 진행된 인터뷰 내내 깔깔 웃어대던 아이들이 유일하게 얼굴을 찌푸린 순간이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앳된 모습이지만, 3년 여 만에 키가 30㎝ 이상 훌쩍 컸고 얼굴에는 군데군데 여드름도 생겨 청소년 태가 났다. 인터뷰에 배석한 신시컴퍼니 관계자들도 연신 “몰라보겠다”며 아이들을 한 명씩 번갈아가며 대견한 듯 쳐다봤다. 넷 중 맏이인 우진이는 어느덧 18살이 돼 어른스러운 면모도 엿보였다. 연습을 하다 본인의 연기와 춤이 마음에 안 들면 구석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쪼그려 앉은 뒤 눈물을 쏟는 ‘울보’였던 걸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우진이는 동생들이 답변에 애를 먹을 때면 조용히 나서서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해줬다. 영락없는 ‘형님’ 모습이다.

3년 전 공연을 준비하며 지겹게 드나들던 신시컴퍼니 연습실에서 다시 만난 아이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현준이가 “추억이 새록새록 돋네”라며 운을 뗐다. 그러자 옆에 있던 우진이가 “한 번쯤 되돌아가고픈 시절”이라 거들고, 지환이와 현서는 “형들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말을 이었다. ‘애늙은이’ 같은 대화에 피식 웃었지만, 진정성 가득한 아이들의 눈빛을 보고는 웃음을 꾹꾹 누르고 대화를 이어갔다.

2017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 출연했을 때 모습. 사진 왼쪽부터 심현서, 성지환, 천우진, 에릭 테일러, 김현준. ‘다섯 빌리’ 중 에릭은 지난해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나 인터뷰에 함께 하지 못했다(사진=신시컴퍼니)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영국 탄광노조 대파업을 배경으로 탄광촌 소년 빌리가 발레리노의 꿈을 키워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아역 배우들의 비중이 큰 만큼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시스템이 있다. 바로 약 1년간 아이들을 훈련한 뒤 최종 발탁하는 오디션 방식이다. ‘빌리 스쿨’이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빌리 엘리어트’ 공연이 열리는 모든 나라에서 동일하게 운영된다. 아이들은 이 기간 댄스와 보컬 스킬을 배우고, 2시간 50분간 공연하기 위한 체력을 키운다. 현서는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느껴져 뿌듯했다”고 말했다. 현준이는 “동료로서, 배우로서 존중해주는 선생님들이 있어 행복했다”며 웃었다.

아이들에게 ‘빌리 엘리어트’는 꿈과 자신감을 심어준 고마운 작품이다. 현재 지환이와 현준이는 발레리노를, 우진이와 현서는 배우를 꿈꾼다. 하루 4시간씩 발레 연습을 하는 지환이는 “(발레는)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현준이는 “발레로 하루하루 달라지는 몸을 보면서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우진이는 ‘빌리 엘리어트’에 함께 출연했던 최정원을 곁에서 지켜보며 배우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현서는 “빌리로 인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빌리 엘리어트’는 오는 8월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신시컴퍼니는 이달 안에 2021시즌 ‘빌리 엘리어트’의 주역 배우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이제 곧 탄생할 ‘후배 빌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우진이에게서 “정말 고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공연이 끝나고 휑했던 가슴이 이제서야 채워질 것 같아서란다. 우진이는 “빌리는 저에게 있어 마지막 퍼즐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현준이와 지환이, 현서는 “빌리의 마음을 이해하고 무대에 선다면 멋진 공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애정어린 조언을 했다.

꿈에 다가가려 부단히 노력하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춤에 대한 열정으로 충만했던 ‘빌리’가 보인다. 열정과 의지만 있으면 이루지 못할 꿈이란 없다. 세상의 편견을 딛고 발레리노가 된 작품 속 ‘빌리’처럼 말이다. 꿈을 이룬 성인의 ‘빌리’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듯 무대 위에서 힘차게 뛰어올랐던 원작 영화의 ‘감동적인 엔딩’은 이제 이 아이들의 것이다.

2017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 역으로 열연했던 아이들이 3년 여만에 다시 만났다. 사진 왼쪽부터 심현서, 김현준, 성지환, 천우진(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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