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경북 안동시가 미완의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후발 도시에서 완성형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안동국제컨벤션센터(ADCO) 개장 이후 관련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전담조직을 설립한 데 이어 이달부터 지역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토종 전시·컨벤션 행사를 연달아 선보인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강점으로 내세운 국내외 기업체와 협회·단체 대상의 ‘안동형’ 마이스 마케팅에도 돌입한 상태다. 피상적인 효율성 제고보다 지역 여건과 특성에 맞춘 전문성 강화에 방점을 둔 전담조직 운영 방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동이 지방도시,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에도 마이스 지역산업화에 필요한 진용을 하나씩 갖춰가며 ‘미생’에서 ‘완생’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안동국제컨벤션센터(ADCO) 전경 (사진=안동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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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운영, 도시 마케팅 기능 분담 ‘전문성 강화’ 안동은 지난 4월 지역의 도시 마케팅 업무를 전담할 컨벤션뷰로(CVB)를 시(市) 산하기관인 한국정신문화재단 내에 설립했다. 전시컨벤션센터를 보유한 전국 기초 자치단체(경주·구미·안동·군산) 가운데 전문성을 갖춘 도시 마케팅 조직을 별도 운영하는 곳은 안동과 경주 단 두 곳뿐이다.
안동은 컨벤션센터가 시설 운영과 마케팅 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는 다른 도시들과 달리 센터 운영과 도시 마케팅을 이원화했다. 3대 문화권 사업장 내에 있는 컨벤션센터와 테마파크, 박물관 등 시설 운영은 민간 전문 운영 회사(안동테마파크)가 전담하고, 지역 내 시설과 자원을 활용한 행사·단체 유치 등 도시 마케팅은 컨벤션뷰로가 맡는 방식이다. 안동보다 규모가 큰 도시들조차 컨벤션센터와 뷰로의 고유한 기능과 역할, 전문성을 외면한 채 조직 통합에 나서는 것과 대비된다. 시 관계자는 “센터가 시설 운영과 마케팅 업무를 도맡을 경우 행사가 센터로만 몰려 도시 전체로 낙수효과를 퍼뜨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안동 3대 문화권사업장 내 한국문화테마파크 전경 (사진=안동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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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둔 전담조직 운영은 단기간에 지역 마이스 인프라와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올 7월 안동 3대 문화권 사업장 내 한국문화테마파크는 지역 시설로는 최초로 ‘코리아 유니크 베뉴’에 선정됐다. 코리아 유니크 베뉴(Korea Unique Venue)는 한국적이면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 등 고유성을 지닌 이색 회의시설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다.
16세기 조선시대 산성마을을 재현한 한국문화테마파크는 각종 체험시설과 상설 공연장 등을 갖춘 복합 문화체험 시설이다. 산대극장과 연무광장, 저잣거리 등에선 최대 500명 규모의 행사도 열 수 있다. 상설 운영하는 공예와 한복, 활쏘기, 선비, 전통놀이 체험과 도자기와 부채, 꽃, 탈 만들기 프로그램은 개별 행사에 맞춰 연계 운영도 가능하다.
이다슬 안동테마파크 실장은 “전시장과 회의실을 갖춘 컨벤션센터가 현대식 시설이라면 테마파크는 유교와 민속문화 콘셉트의 전통 한옥으로 다양한 테마와 형태의 이벤트를 열 수 있는 시설”이라며 “안동이 공자와 맹자의 유교사상을 원형 그대로 간직한 추로지향(鄒魯之鄕) 도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중국 기업·단체의 행사 문의도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다.
| 올해 7월 이색 회의시설인 ‘코리아 유니크 베뉴’에 선정된 한국문화테마파크 야외 체험시설인 ‘연무대’ (사진=안동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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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재단 주최 1호 ‘안동전통주박람회’ 20일 개막
안동국제컨벤션센터와 한국문화테마파크는 독립된 형태와 방식으로 행사 개최가 가능하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손꼽힌다. 부족한 접근성과 이동 편의성 등이 단점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다른 행사와 충돌 없이 온전히 독립된 형태로 행사를 열어 참가자의 프로그램 참여도와 집중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센터 개장 첫 해인 지난해 이 같은 시설 활용도와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연말까지 총 25건의 크고 작은 국제행사가 열렸다.
도심 시설에선 구현이 어려운 휴양 콘셉트의 행사와 인근 도산서원과 월천서당, 선성현 문화단지, 이육사 문학관, 군자 마을, 예끼 마을 등을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16일과 17일엔 캠핑 애호가 500여명이 참여하는 ‘고 아웃 슈퍼 하이킹’ 행사가 컨벤션센터와 선비 순례길 일대에서 열렸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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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최 박람회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센터 개장 행사로 토종 컨벤션 행사를 연 안동은 1년 만에 지역을 대표하는 박람회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달 20일 컨벤션센터에서 막 오르는 ‘안동전통주박람회’에는 학봉종택, 노송정종택, 하회마을 충효당 등 11개 종가 가양주와 안동소주 등 22개 전통주를 선보일 예정. 행사에는 미국과 대만, 태국, 뉴질랜드 주류업계 대표들도 대거 참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1호 토종 박람회의 뒤를 이어선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이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인간다움, 우리는 누구인가’가 주제인 이 행사는 시와 재단이 센터 개장 한참 전인 2014년부터 매년 꾸준히 개최해오고 있는 토종 컨벤션 행사다. 올해가 10주년인 행사에는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생물학 분야 최고 권위자인 데니스 노블 옥스포드대 명예교수 등이 연사로 참여한다.
| 경북 안동 3대 문화권사업장 전경. 안동국제컨벤션센터와 한국문화테마파크, 세계유교문화박물관이 단지로 조성돼 있다. (사진=안동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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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 행사 개최에 필요한 인프라 중 가장 취약점으로 평가받는 숙박시설은 앵커호텔 건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문화권사업장 내 컨벤션센터와 테마파크 인근에 250개 객실을 갖춘 4성급 호텔은 내년 하반기 착공해 2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2026년 하반기 완공할 예정이다. 현재 안동에서 행사 개최 시 가용한 숙박시설은 시내 호텔 외에 인문정신연수원(271명)과 호반자연휴양림(258명), 이육사 문학관(80명), 선성현 한옥단지(50명)와 군자마을(40명) 등이다.
남상호 안동시청 관광정책과장은 “앵커호텔이 개장하는 2026년이면 컨벤션센터 일대 3대 문화권사업장이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마이스 단지로 완전체를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호텔 개장 시점에 맞춰 문화예술, 국제 탈춤 페스티벌 등 지역축제와 연계한 다양한 전시컨벤션 행사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