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 없나요" '폐질환 주의보'에 학교 급식실 구인난

서울·인천·제주, 신입 채용서 미달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
임금 낮은데 32%가 '폐이상' 소견
  • 등록 2023-03-12 오전 11:21:55

    수정 2023-03-12 오후 7:47:30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혹시라도 배식이 늦어질까봐 걱정돼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임금 차별 해소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성동구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종사자가 대체급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서울 지역 고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영양교사 A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급식실에 근무하는 조리실무사가 부족하기 때문. 인터넷 등을 통해 채용공고를 냈지만 문의조차 없는 상황이다. A씨는 계속되는 인력난으로 기존 근무자들까지 일을 그만둘지 모른다는 걱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조리실무사 구인난을 겪는 학교가 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 올해 1학기부터 근무할 조리실무사 채용에 나섰지만 강남송파교육지원청·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서 각각 68명, 80명이 미달됐다. 지난해 12월 추가 채용에서도 37명만 충원돼 강동송파는 41명, 강남서초 70명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다른 지역도 조리실무사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 조리실무사를 301명 공개모집했으나 164명만 채용되고 137명이 결원됐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조리실무사 75명 채용을 계획했지만, 지원율이 0.5대 1에도 못 미쳐 결국 26명만 최종 채용했다.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

조리실무사 구인난의 원인으로는 높은 업무 강도와 폐질환이 꼽힌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건강한노동세상,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등 공공기관 급식실 11곳은 노동자 1명당 평균 60명의 식사를 책임져야 한다. 반면 학교 급식실은 노동자 1명당 평균 130여명의 식사를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급식실이 공공기관 급식실보다 2배 이상 노동 강도가 높은 것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조리실무사로 일하는 박모(53)씨는 “업무 강도가 높아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업무강도에 비해 임금은 낮은 수준이다. 조리실무사는 ‘교육부·교육청 공통 급여체계 적용 직종’ 중 2유형으로 지난해 기준 186만8000원의 기본급을 받았다. 경기도 한 중학교에서 조리실무사로 일하는 박모(56)씨는 “얼마 전까지 같이 일하던 동료가 벌이가 안 된다면서 일반 식당으로 (직장을) 옮겼다”며 “일하는 시간이 조금 길어져도 월급이 300만원 가까이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가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본부 앞에서 학교급식실 노동자 집단산재 신청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명 중 3명이 ‘폐 이상 소견’

폐질환에 대한 우려 역시 조리실무사를 기피하는 원인 중 하나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6일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 급식실 근무 경력 10년 이상, 55세 이상 종사자들의 건강검진 결과 조리실무사 4만2077명 중 32.4%(1만3653명)가 폐CT에서 ‘이상 소견’을 나타냈다. 경기도 초등학교 조리실무사 김모(57)씨는 “급식실에서 일하면 폐암에 걸린다는 뉴스에 가족들이 일을 그만두라고 난리”라며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오는 31일 새학기 총파업에 돌입한다. 학비연대에 소속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는 학교 급식실 종사자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처우 개선 △급식실 노동자 폐암 산재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박성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학교별 조리실무사 배치 기준을 개선해 인력을 확충하고 업무 강도에 상응하는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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