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의 과학라운지]③정보보안 핵심 '암호화'에 담긴 재밌는 과학 원리

암호, 2500년 전 스파르타 시대부터 전쟁 등에 주로 사용
ICT 융합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보 보안 핵심 기술로 주목
수학 기반 넘어 물리학 기반 양자암호 방식까지 확장 중
  • 등록 2018-08-05 오후 12:37:56

    수정 2018-08-05 오후 12:37:56

[편집자주]최근 서울대 공대가 내년부터 신입생 중 고등학교 때 물리Ⅱ를 배우지 않은 학생들은 ‘물리학 기본’ 수업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물리학 등 기초과학에 대한 준비를 못 하고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들이 물리학 강의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학 측이 물리학 기초 교육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상 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다들배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과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중 재밌는 내용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EH FDUHIXO IRU DVVDVVLQDWRU”

위 문장이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고대 로마제국의 정치가이자 군인이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썼던 암호다. 하나의 힌트를 준다. 힌트는 -3이다. 바로 위 문장은 ‘BE CAREFUL FOR ASSASSINATOR(암살자를 조심하라)’는 뜻이다. 카이사르는 이 내용(평문)을 전달하기 위해 평행이동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평문은 암호문(EH FDUHIXO IRU DVVDVVLQDWRU)에서 사용된 알파벳 각각을 암호 키(key)인 -3(개)만큼 평행 이동하면 비로소 완성된다. 즉 알파벳 순서상 E보다 3개 앞의 알파벳은 B가 되고 마찬가지로 H는 E가 되는 식이다. 암호문 속 E가 암호키 -3을 만나 B가 되는 과정을 암호화 알고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약 2500년 전 스파르타 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암호의 역사는 기밀 유지를 요하는 각종 크고 작은 전쟁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돼 왔다.

카이사르 암호. 그래픽=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암호 기술이 ICT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최근 다시 집중 받고 있다. 4차산업 혁명을 견인하는 다양한 최신 기술 속에서 정보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정보를 지키기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암호 기술이다. 무인 자율주행차나 IoT 홈가전을 예로 들어보자. 만약 각각의 시스템을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이 악의를 품은 누군가에게서 해킹을 당해 변조된다면 어떻겠는가. 갑자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요즘 같은 무더위에 에어컨 작동이 멈춰 버리는 끔찍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4차산업의 성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암호 기술의 발전도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앞에서 본 카이사르 암호는 암호화와 복호화(암호 해독) 시 동일한 키인 -3 을 사용하는 대칭키 알고리즘이다. 다만 대칭키 알고리즘은 ‘키 배송’이라는 결정적 문제가 존재한다.

송신자는 수신자에게 암호 키를 전달해야만 하는데 이 키가 배송 과정에서 노출되면 아무리 뛰어난 암호화 알고리즘을 사용했더라도 평문이 공개돼 버리기 때문이다. 바로 이 키 배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방식이 비대칭키(공개키) 알고리즘이다.

공개키 암호 알고리즘은 암호화와 복호화 시 서로 다른 두 키를 사용한다. RSA 는 대표적인 공개키 암호 알고리즘으로 현재 공개 키 암호 체계에서 중요한 표준 중 하나다. 큰 수의 소인수 분해 과정이 어렵다는 점에 기반한 알고리즘이다. 큰 수의 소인수 분해 과정은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소인수 분해된 두 소수(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눠 떨어지는 1보다 큰 양의 정수)를 알면 원래의 큰 수는 곱셈에 의해 간단히 구해 낼 수 있다. 4529524369라는 숫자는 두 소수의 곱으로 이뤄진 합성수(자연수에서 1과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수)다. 이 합성수를 m이라고 하면 이 m이 어떤 두 수(n1, n2)의 곱으로 이뤄졌는지 빠르게 알아낼 수 있을까? 두 수의 답은 n1=48611과 n2=93179라는 소수다. 두 소수의 곱 m을 알더라도 n1과 n2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것이 RSA가 가진 보안성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RSA는 위의 두 소수를 이용해 특정한 개인만 알 수 있는 개인키(Private Key)와 모두가 알 수 있는 공개키(Public Key)라는 두 개의 키를 쌍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공개키 암호 알고리즘은 금융 거래 등에 활발하게 사용되는 공인인증서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공개키가 계좌번호, 개인키가 비밀번호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양자암호통신의 구성. 그래픽=경희대학교 대학원보 홈페이지.
암호화 기술은 기존 수학적 기반의 연구를 넘어서 최근 물리학의 양자역학 원리를 적용한 양자암호통신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궁극의 보안 기술로 여겨지는 이 양자 암호 방식은 내년 5G 시대를 앞두고 통신사들이 앞다퉈 연구·개발 중이다. 4차 산업의 중요한 요소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처럼 암호화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해 가고 있다.

도움말=민무홍 과학커뮤니케이터(고려사이버대 정보관리보안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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