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젠-테라젠바이오 등 DTC 업계, 편법기업 때문에 ‘울상’

정부, DTC(소비자직접의뢰) 유전자 검사 시범사업
마크로젠-테라젠바이오 등 9개사 참여, 70개 항목
일부 기업, 암, 지능 등 허용안된 항목 서비스 논란
해외 법인 설립, 한국서 사업하는 검은머리 외국기업
규정 허점 파고들어, 복지부 "실태파악 나서겠다"
  • 등록 2021-05-30 오후 1:43:08

    수정 2021-05-30 오후 9:46:54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국내 DTC(소비자 직접의뢰) 유전자검사 업계가 편법에 울상을 짓고 있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DTC 허용 항목을 70개로 한정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들이 규정의 허점을 파고들어 허용되지 않은 항목으로 대규모 매출을 올리고 있어서다. DTC 분야는 데이터 축척이 가장 중요한 만큼, 규정을 지키는 기업들이 손해를 보게 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실시 중인 DTC 시범사업은 체질량지수,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남성형탈모, 식욕, 조상찾기, 비만 등 70개 항목을 대상한다. DTC 유전자검사는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검사기관이 검체수집, 검사, 검사결과 분석 및 전달 등 소비자 대상으로 직접 수행해 실시하는 사업이다.

현재 정부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DTC 업체는 마크로젠, 테라젠바이오,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랩지노믹스, 디엔에이링크, 메디젠휴먼케어, 에스씨헬스케어, 엔젠바이오, 지니너스 9개사다. 하지만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DTC 기업들은 70개 항목은 물론 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다양한 항목까지 서비스하면서 배를 채우고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실제로 A 기업은 보험사와 연계해 DTC 항목으로 허가되지 않은 암 발병 예측 서비스를 버젓이 하고 있다. 또 다른 B 기업은 사춘기시작, 성조숙증, 신장, 초경 연령 등 성장 예측항목과 공격성향, 도박, 모험심, 분노 등 성향항목 등 다양한 항목을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항목 모두 국내에서는 승인되지 않은 항목이다. 그럼에도 규제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고 있다.

국내 대표 DTC(소비자직접의뢰) 서비스.(왼쪽부터) 마크로젠 마이지놈스토리, 테라젠바이오 진스타일.(사진=각 사)
검은머리 외국기업의 편법

이들 기업과 같이 허용되지 않은 DTC 항목을 서비스하는 기업은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DTC 업계 한 관계자는 “암이나 키, 지능 관련 DTC 서비스 항목은 영향을 주는 유전자가 많아서 다 검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의사나 정부기관 유전자센터에서도 검사하기 어려운 항목들”이라며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소비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정부가 허용치 않은 항목들을 서비스해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들 기업이 규정을 지키지 않음에도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이유는 해외에 법인을 설립해 국내 법망을 피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허용되지 않는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사무실은 지사 개념으로 한국에 있지만, 본사나 법인등록은 해외로 돼 있다”며 “국내보다 규제가 덜한 해외에서 법인을 설립해 국내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편법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규정이 국내 기업에만 적용된다는 허점을 파고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 기업의 본사는 미국으로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에 지사를 두고 있다. B 기업도 홈페이지 기재된 주소는 미국이다. 이들은 국내에서는 허용된 DTC 서비스만 제공하고, 허용되지 않은 서비스는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분석하고 있어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B 기업 측은 “회사 내부 논의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정부가 허용하고 있는 DTC(소비자직접의뢰) 유전자검사 70항목.(자료=보건복지부)
규정지키면 피해받는 아이러니, 복지부 “실태파악 하겠다”

규정을 지키며 시범사업에 나서고 있는 DTC 기업들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형국이다. 실제 이같은 불법적인 사업을 벌이는 A 기업의 경우 연 매출액이 1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국내 DTC 1, 2위 기업들의 DTC 서비스 매출은 약 5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규정을 지키고 70개 항목만을 서비스하는 기업들은 편법 기업들과 관련 매출액부터 차이가 난다”며 “업계 상위권 기업들의 DTC 평균 매출은 약 5억원 정도지만, 편법 기업 중에는 매출액이 100억원을 넘는 곳도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 관계자는 “DTC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데이터인데, 데이터를 많이 축적할수록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70개 항목 외 다양한 서비스를 하는 편법기업이 데이터 축척에 월등히 유리해 결국 정부 정책에 따른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국내 선두권 기업들마저 이런 편법에 동참한다면 국내 DTC 업계는 무법천지가 되고, 규제도 무력화될 것이다. 정부가 편법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실태파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암 예측 등의 항목은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아 정부가 허용하지 않았다. 이런 항목을 서비스하는 것은 분명 규정 위반”이라며 “다만 해외법인 기업들의 경우 현재 처벌을 할 수 있는 규정이나 법이 없다. DTC 업계 내 편법행위 사례에 대해 실태파악을 하고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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