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김정은 감량 선전에도 北무반응…통일부 대북지원 딜레마

북한 최고지도자 극비 `신체 변화` 언급 왜?
김정은 체중 감량 공개하면서도 묵묵부답
통일부, 대북 지원 적절한 타이밍 저울질
북미 신경전 장기화 양상, 北 호응 불투명
정부 인도지원 상황 별개로 추진 입장 견지
  • 등록 2021-06-29 오전 11:00:00

    수정 2021-06-30 오전 8:49:44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서 수척하신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젖어 나옵네다.”

북한의 한 주민이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수척해진 모습을 보고 난 뒤 조선중앙TV 인터뷰를 통해 밝힌 소감이다.

북한 관영매체가 주민의 입을 빌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체중 감량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건강 상태를 언급하는 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금기사항’인데, 이례적으로 그의 신체 변화를 공식화한 셈이다. 북한 서열 1위 ‘국가 최고존엄’의 건강 문제는 체제 안위와 직결되는 만큼, 극비 중 극비로 꼽힌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8기 3차 전원회의를 마무리한 뒤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을 관람했다고 22일 방영했다(사진=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북한 식량난 8~10월 고비…애민정신 내세워 공동 희생 요구

28일 대북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공동의 희생을 요구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민들의 시선을 고려한 의도적인 체중 감량으로, ‘다이어트’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전원회의 개회식에서 “지난해 태풍피해로 알곡생산 계획을 미달해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어려워지고) 있다”며 식량난을 인정한 바 있다.

식량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 등 불안한 여론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애민주의’로 돌리려는 의도로 읽힌다는 것이다. 코로나와 식량난 등 어려운 상황 극복을 위해 식사도 거르며 노력하고 있다는 선전 의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 위원장은 170cm의 키에 140kg에 달하는 거구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주재하며 이전보다 날렵해진 턱선과 눈에 띄게 가늘어진 팔뚝으로 관심을 끌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의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분석 및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한국 농촌진흥청의 추정에 따르면 2020년 북한의 곡물생산량은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며 “지난해에는 국경 봉쇄로 비료 등 영농물자 수입이 원활하지 못했던 데다 수해와 태풍피해까지 중첩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북한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고, 수입이나 원조가 없으면 올해 8~10월이 ‘혹독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북한 주민이 조선중앙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통일부, 식량 등 인도적 지원 시기 저울질

정부는 최근 북한이 공개적으로 식량난을 인정한 것을 계기로, 인도적 지원 명목 아래 남북교류 재개를 모색 중이지만 북한은 여전히 응답이 없는 상황이다.

실무 부처인 통일부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북미대화에 ‘거절’ 의사를 내비친 후 아직 이렇다 할 입장 변화가 없는 정세에서 섣불리 대북 지원에 나서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식량 지원에 대한 준비를 마치고 적절한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도 28일 보도를 통해 북한이 그간 한국 정부의 도움을 거절한 바 있어, 문재인 정권이 식량 지원 제안에 대한 타이밍을 신중히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적 지원을 고리로 남북교류 등 대화 물꼬를 다시 터보겠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국내외 보도 및 전문가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올 10월 수확기까지가 북한의 최대 고비다.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이 약 86만t의 식량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며 8~10월이 가혹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호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북 지원을 고사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와 연동돼 있는데, 현재 북미 간 신경전이 가열되는 양상인 데다, 북중 간 밀착 관계가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다음 달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등을 앞두고 북중 간 고위급 교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북한으로서는 문재인정부 임기가 1년이 남지 않은 점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국내 여론도 문제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남북 간 보건협력이 또 다른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정부는 경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남북 인도적 협력은 정치·군사 상황과는 별개로 추진돼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정부가 구상 중인 남북 간 식량협력과 코로나19 등과 관련한 민생 협력을 언급하며 “한미가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공동으로 추진해볼 수 있는 과제”라고 소개했다.

정부는 식량 등 대북 인도적 지원과 코로나19 백신 협력을 고리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복안인 만큼, 북한을 향해 연신 태도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통일부는 30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와 함께 ‘민관정책협의회 회의’를 열고 남북 인도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적인 식량 협력 제안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최근 북한의 잇단 대화 거부 담화에도 아직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며 약 한 달 만에 부쩍 살이 빠진 모습으로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과 6월 사이 김 위원장의 손목시계 착용 모습을 비교한 것으로 손목 둘레에 변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조선중앙통신 갈무리/NK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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