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장마철, 배달원들이 피자·치킨 박스 품고 뛰는 사연

본격 장마 시작에 배달원, 음식 훼손될까 불안
'오토바이 진입 금지' 아파트에선 안고 뛰어야
거센 빗속 업무 포기·차량 이용하는 배달원도
"장마철 지상 출입 허용해줬으면…사고 우려"
  • 등록 2021-07-07 오전 11:00:10

    수정 2021-07-08 오전 7:13:26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90분 걸려 치킨이 배달왔는데 종이가방이 빗물에 젖어 얼룩덜룩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치킨도 다 식어서 맛이 없으니 짜증이 나더라고요.”

장마가 시작된 지난 주말 저녁 김모(23) 씨는 치킨을 주문했지만 90분 기다려 받은 종이가방은 젖어 있고 치킨은 차갑게 식어 적잖게 당황했다. 하지만 거센 돌풍이 부는 빗길을 달려온 배달원이 고생한 터라 업체에 항의하지 않고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지난 3일부터 전국적인 장마가 시작된 가운데 폭우를 뚫고 음식을 나르는 배달원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 특히 몇몇 아파트가 단지 지상·지하에 배달 오토바이 출입을 금지한 이후로 부담이 더 커졌다. 오토바이를 정문 밖에 세워 두고 비를 맞으며 음식을 날라야 하기 때문이다. 음식과 포장 종이가 비에 젖을까 몸에 안고 뛰거나 따로 준비한 담요 등으로 덮어 배달해야 하는 이중고를 치르고 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종이 젖으면 음식 파손돼”…비가 두려운 배달원

친환경 목적으로 종이 상자·봉투를 쓰는 배달업체가 늘어나면서 배달원들은 고객에게 엉망이 된 음식을 전달하게 될까 걱정이 늘었다. 매장에서 받은 그대로 고객에게 음식을 배달하는 게 그들의 가장 큰 임무인데, 오토바이 진입을 막는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빗속에서 음식을 들고 뛰는 그들의 사정을 몰라주면 고객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가 와도 손이 부족해 우산을 쓸 수 없다는 배달원 김모(23) 씨는 “비닐로 포장된 음식은 상관없지만 종이가방은 (비에 젖어) 손잡이가 끊어질 위험이 있어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음식을) 감싸서 배달한다”고 토로했다.

배달원 박모(55)씨도 “비가 올 때는 점주에게 비닐 포장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편”이라며 “그래도 (점주가) 종이 포장을 해주면 그땐 직접 준비한 담요로 음식을 감싸서 배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충을 아는 일부 아파트 경비원들은 비가 너무 많이 올 때는 배달 오토바이의 단지 내 진입을 슬쩍 눈감아 주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송모(76)씨는 “배달원들도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인데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와도) 미안해서 뭐라고 말도 못한다”면서 “배달원도 경비원과 같은 ‘약자’이지 않나”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영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민라이더스지회장은 “카페나 고급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은 종이백을 많이 이용하는데 비가 많이 오면 밑 부분이 찢어져서 양손으로 봉투를 받쳐야 한다”며 “피자는 전문점이 아닌 이상 8·10·18인치 등 규격이 달라서 방수가 되는 파우치를 사용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또 그는 “혹시 포장이 젖었을 경우 환불 조치를 안내하는데도 가끔 블랙컨슈머가 ‘이렇게 가져오면 어떻게 먹으라는 거냐’며 노발대발할 때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21일 오후 배달원이 기자에게 비가 올 때 음식을 덮는 용도로 쓰는 담요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악천후 때 배달, 고객 이해 중요”…배달원 빗길 사고 우려 계속

한편 장마철 빗길 사고 위험이 높아 오토바이 대신 차량을 이용해 배달하거나 근무를 쉬는 배달원들도 있었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륜차 사고사망자는 2017년 24명을 시작으로 2020년 31명까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빗길 교통사고에도 배달원들은 빠른 배송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사고를 피하기 어렵다며 불안함을 드러냈다.

장마철 오토바이 미끄럼 사고가 특히 많다는 김 지회장은 “비가 많이 오면 운전자가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운데 방향 지시등 없이 차선을 넘어와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며 “지난 4일에도 한 배달원이 서울 마포구 공덕 인근에서 언덕길을 올라가다가 정차된 차량과 사고가 나서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악천후 시 빠른 배송에 대한 배달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예외 사항을 만들고 고객들이 이를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근무 악조건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이 받는 서비스 질도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우천시에는 지하주차장·맨홀 뚜껑·횡단보도의 페인트 칠해진 부분 등이 미끄러워서 매우 위험하다”며 “비가 올 때만이라도 아파트 지상 출입이 가능해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악천후 때는 예외조항을 만들어 업체측에서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고객도 이를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빗길에서는 라이트를 켜고 감속 운행을 하는 등 일반적인 교통 규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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