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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상무는 미등기 임원인 만큼 회사 측이 계약을 해지하면 즉시 물러나야 한다. 박 상무는 경영권 찬탈 시도 전에 박 회장과의 특수관계를 해소하겠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말 그대로 오너가(家)와 결별을 선언하고 개인 최대주주 및 임직원으로서 독자 노선을 택한 셈이다. 이에 사측에서 해임을 결정하더라도 항변할 수 없는 처지다.
이와 관련, 박 상무는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퇴임 처리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회사 측은 박 상무가 자진 용퇴를 거부함에 따라 거취에 대해 본인과 사전 협의를 거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퇴임 후에도 개인 최대주주로서 또다른 형태로 경영권 찬탈 시도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박 상무는 지난 26일 주주총회 직후 입장문을 통해서도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는 말로 운을 떼고 “앞으로도 모든 주주들과 소통하며 금호석유화학이 시장을 주도하는 혁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나아가 주주 가치 또한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음 주총에는 더욱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특히 박 상무의 경영권 찬탈 시도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기준 금호석유화학이 창립 후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최근 주가 역시 수직 상승하는 등 주주가치가 극대화된 시점에 경영권에 도전하는 악수를 뒀기 때문이다. ISS 등 주요 글로벌 의결권자문기관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박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박 상무가 창립 후 최대 실적을 올린 박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에 도전했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며 “향후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지지세력을 등에 업지 못한다면 경영권 찬탈 시도는 유야무야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