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환율이 1,000원선을 하향이탈하자 정부는 해외 부동산 및 해외직접투자 자유화 일정을 앞당겼을 뿐만 아니라 개인 및 개인사업자의 해외직접투자 한도도 300만달러에서 1,000만 달러로 확대했다. 이로써 국내투자자들의 해외 투자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로 진출하기 전에 가장 먼저 고려되고 있는 변수는 투자대상국의 국가 신용등급이다. 그러나 투자대상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낮을지라도 외평채 가산금리나 외채상환부담률(DSR) 등 주요 Country Risk 지표를 투자 유망 국가들을 중심으로 상호 비교해 봐야 한다. 국가신용등급이 투자 대상국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유일무이한 평가기준인지를 베트남을 예로 들어서 집중 점검해 보고자 한다.
먼저 BRICs 국가군의 국가신용등급은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순이며, 인도는 S&P기준으로는 투기등급이지만 Moody’s기준으로는 투자적격으로 분류되고 있다. 구소련 국가에서는 러시아가 투자적격 국가로 분류된 가운데 국내투자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카자흐스탄은 간신히 투자적격 국가를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은 투기등급이지만, 브라질, 터키와 동일한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필리핀, 아르헨티나 보다 높은 수준이다.
현재 국가신용등급이 앞으로 투자할 투자대상국을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수단이라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국제적인 신용평가 기관이라 해도 일국의 신용등급에 대한 평가가 다소 후행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었던 97년말 당시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선행적으로 신용등급을 조정한 것이 아니라 환율 등 주요 지표의 변화에 따라 신용등급을 조정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둘째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분류되어 있거나 간신히 투자적격을 유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외화표시 국채의 가산금리가 안정되어 있거나 외채상환부담률(DSR)이 낮은 국가들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먼저 주요 국가의 외화표시 국채의 가산금리 현황을 살펴볼 경우 A등급의 투자적격 국가들의 가산금리는 100bp이하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투자 부격격 국가와 일부 투자적격 국가들은 200bp이상이다.
베트남의 외화표시 국채에 대한 가산금리의 경우 베트남보다 낮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물론이고 동일한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브라질과 터키보다 낮은 가산금리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투자적격 국가인 러시아, 인도 등은 투자 부적격 국가인 베트남보다 높은 200bp대를 형성하고 있다. 베트남의 외화표시 국채가 투자적격 국가보다 낮은 가산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정환율제의 환율구조를 가지고 있는 베트남의 경우 중국처럼 WTO에 가입한 이후 외국인 직접투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가세된다면, VND(베트남 동화)는 절하보다 절상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즉 중국이 환율정책을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전환하면서 절상압력이 더욱 강화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WTO가입을 앞두고 있는 베트남에 대한 국가신용등급 역시 다소 성급한 전망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향 조정보다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즉 WTO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던 95년 이후에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었으며, 중국 역시 2002년도에 WTO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었다.
따라서 베트남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외화표시 국채의 가산금리가 투자적격인 일부 국가보다 낮은 수준일 뿐 만 아니라 외채상환부담률이 매우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향후 국영기업 및 국영은행 민영화가 일정대로 추진되는 가운데 WTO가입이 성사될 경우 베트남의 신용등급은 상향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할 경우 투자유망지역에 대한 투자여건을 검토하는 데 있어 현재의 신용등급이 유일한 투자척도라는 인식보다 향후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될 잠재력의 기초가 되는 경제적 잠재력과 정치적 안정성, 그리고 대외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적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