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2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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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실험용 소규모 위성을 빼고도 6기의 인공위성을 운용하는 ‘위성강국’으로 꼽힙니다. 그 중 지난 2006년과 2012년 각각 발사된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2호와 3호는 고성능 광학카메라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 곳곳을 찍고 그 사진을 보내옵니다. 이 사진들은 재해·재난지역 파악과 접근난해 지역 지도 제작, 해양자원 조사 등 다양한 목적으로 쓰입니다.
물론 최첨단 기술로 구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찍은 만큼, 당연히 대가를 지불해야 얻을 수 있습니다. 아리랑 2호와 3호가 각각 2007년과 2013년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 뒤 국내 기관과 해외 정부·기업 등에 영상(사진)을 제공해 벌어들인 돈이 지난해 기준 3000억원(누적 기준)을 훌쩍 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위성 11기를 더 쏘아올릴 예정인데요. 정부가 위성영상으로 돈을 더 벌겠다며 관련 산업 키우기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현재 총 15억달러 규모에 이른 전세계 위성 영상정보 시장은 미국과 유럽, 이스라엘의 대형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발걸음을 내딘 우리나라는 기술개발과 가격경쟁력으로 틈새시장 공략에나섰습니다.
아리랑 3호기는 가로·세로 각각 0.7m의 물체를 한점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서브미터’급으로 불리는 해상도 1m 미만은 정밀관측이 가능합니다. 지난해 발사돼 올 상반기 중 운영될 아리랑 5호기 역시 서브미터급이며 특히 영상레이더(SAR)를 장착해 비나 구름 등 기상상황에 상관없이 선명한 영상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2호가 촬용한 미국 유타주 커시드럴 계곡의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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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3호가 촬영한 부산 영도 앞바다의 기름유출 사고현장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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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요인은 어떨까요. 위성사진은 통상 한 장이 가로·세로 각각 15㎞, 즉 225km²규모의 면적을 담을 수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위성영상은 면적 1km²당 단가가 10달러 이하로 사진 한 장에 최대 2250달러로 볼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 영상 가격은 이보다 40% 가량 싸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위성영상 가격에 있어 ‘적시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부산 앞바다에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현장 위성사진을 가장 빠르게 공급해주는 곳이 가장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때문에 영상 해상도 등 기술력과 함께 잘 구축한 유통·배급망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위성 제조 중소기업인
쎄트렉아이(099320)가 영상 판매를 독점 대행하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위성 사진 소유권을 갖지만 비영리기관이기 때문에 판매 등 직접적인 영업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국내 첫 위성인 ‘우리별 1호’의 탄생 주역들이 만든 쎄트렉아이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50여개국에 판매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홍민녀 세트렉아이 위성영상 사업본부 팀장은 “(산업 육성을 위해) 위성영상 판매와 활용, 정보분석 서비스 등을 하는 민간기업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이 때문에 민간 위성콘텐츠 전문기업 육성과 부처별 위성정보의 통합 관리, 콘트롤 타워인 ‘국가위성정보활용센터’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을 지난해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소관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법안들을 전혀 통과시키지 않은 탓에 일단 무산됐죠. 저 앞에 있는 선두주자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 △시범운영 중인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5호가 촬영한 프랑스 파리지역 사진.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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