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행정전산망 장애로 공공기관 민원서류 발급이 올스톱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7일 지자체 행정 전산망인 ‘새올’에 사용자 인증 오류가 발생하면서 전국의 구청·주민센터는 물론 연간 1200만명이 사용하는 정부 온라인 민원 사이트 ‘정부 24’가 마비됐다. 이 때문에 부동산 거래, 금융권 대출 등에 필요한 각종 서류 발급이 중단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행정 전산망을 유지 관리하고 민원서류를 발급하는 일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 책무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부실한 행정관리시스템의 민낯을 보여준다. 직접적 원인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16일 진행한 대전통합전산센터 서버 보안 패치 업데이트 작업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휴무일이 아닌 평일에 업데이트 했다는 자체도 납득할 수 없지만 작업 후 테스트를 제대로 했는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이번에 문제가 된 시스템은 2007년 지자체에 보급한 후 15년 넘게 정비하지 않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에야 정부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나섰지만 새 시스템이 선보이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정부 행정 전산망의 마비는 올해들어서만 세번째다. 지난 3월 법원 전산망이 먹통이 되면서 재판 일부가 연기되고 전자 소송, 사건 검색 등 사법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지난 6월엔 4세대 초·중·고교 교육 행정 정보 시스템(NEIS·나이스)이 개통하자마자 오류가 발생해 학교 현장에 혼란이 발생했다. 정부는 작년 10월 ‘카카오 먹통’사태가 일어나자 카카오에 대한 감시·조사를 대폭 강화하겠다며 ‘카카오 먹통 방지법’까지 만들었지만 행정망 오류에 대해선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역대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구현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행정 전산화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최첨단 전자정부라는 평가는 무색해졌다. 책임자 처벌은 물론 사태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 전산망 서버의 백업 관리 등 데이터 안정성과 보안을 강화하고 오작동에 대비해 비상 매뉴얼을 정비하는 등 신속한 복구 대응 체계를 마련할 일이다. 이참에 행정망 뿐 아니라 전력망·통신망 등 국가기간망 전체의 작동 불능에 대비한 대응책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