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유의 총경 집단 항명, 소통과 대화로 문제 풀어야

  • 등록 2022-07-25 오전 5:00:00

    수정 2022-07-25 오전 7:30:44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경찰 조직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 190명의 총경급 간부들은 23일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열고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며 정부 입장에 반기를 들었다. 지휘 체계가 엄격한 경찰 조직에서 중간간부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서는 일은 초유의 일이다. 곧바로 경찰청은 지휘부의 만류에도 행사를 강행한 참석자들에 대해 엄정대응을 예고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찰은 공룡조직으로 변모했다. 검찰 통제에 혈안이 됐던 문 정부가 검경수사권 분리 조정에 이어 임기 직전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입법을 강행하면서 경찰은 9월부터 부패· 경제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 사건에서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을 갖게 된다. 여기에 2024년부터는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는 등 역대 어느 정부에서 볼 수 없던 막강한 권한을 틀어쥐게 됐다. 13만명이 넘는 단일 수사조직의 규모와 권한은 날로 비대화되는데 민정수석실까지 폐지한 상태에서 어떤 형태로든 그에 상응하는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적 통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경찰의 집단행동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역대 정부에서 중립성을 일탈한 채 몸 사리기와 눈치보기에 안주했던 경찰의 비뚤어진 행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이라면 혀를 찰 노릇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만 해도 대선 여론을 조작한 ‘드루킹 사건’에서 경찰은 대통령 측근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자 수사를 중단했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사건에선 대통령 친구인 여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와 정보를 공유하며 야당 후보를 표적수사한 혐의로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당시 울산경찰청장이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이 30년 동안 잘 진행됐다”고 자평했다. 경찰의 편향된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낸 강변이다. 이견은 다소 있을 수 있지만 경찰에 대한 견제와 통제방안을 “정권이 경찰 독립을 흔든다”며 정치 쟁점화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경찰 스스로 정치적 독립과 중립을 위해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집단 행동에 앞서 반성과 사과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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