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점을 찾아서]①이마트 13조 매출 이곳에서 시작됐다

이마트 1호점 창동점, 국내 대형할인점의 효시
1993년 11월 서울시 도봉구 창동역 인근 문열어
국내 첫 대형할인점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
  • 등록 2017-11-19 오전 6:05:13

    수정 2017-11-19 오전 6:05:13

1993년 11월 12일 서울 도봉구 창동에 문을 연 이마트 창동점의 당시 모습. 이마트 창동점은 이마트 1호점으로 이후 국내 유통업계 성장을 주도한 대형할인점의 효시로 꼽힌다(사진=이마트)
미국 시애틀은 인구 60만 명의 도시다. 서울 송파구 인구가 약 68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시애틀은 여행객들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로 손꼽힌다. 1971년 창사 이래 커피의 대명사로 떠오른 스타벅스 1호점이 바로 시애틀에 있어서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이 어느덧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그 과정에서 국내에서도 숱한 도전이 있었다. 1호점들의 성공을 발판으로 한국 경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시애틀의 스타벅스 1호점처럼 새로운 도전의 역사를 보존하는 작업들이 활발하지 못하다.

‘1호점을 찾아서’는 한국 경제 성장에 기여한 1호점들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코너다. 이를 통해 1호점의 가치를 제대로 조명하고 의미를 부여할 예정이다. 또한 시애틀의 스타벅스 1호점이 전 세계 여행객들의 명소가 되었듯이 우리 주변의 1호점 또한 그런 명소로 자리 잡기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았다.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서울의 북동쪽 도봉구 창동의 지명은 양식을 쌓아놓는 곳집을 뜻하는 한자어 창(倉)에서 유래했다. 창동이란 이름을 얻게 된 이유는 실제로 그곳에 양곡창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후기 한양의 북쪽이었던 창동 인근에는 조정에서 관리하는 양곡창고가 있었고 경원선이 깔리면서 역도 생겼다. 해방 이후 행정구역을 정비하면서 예전에 양주목이었던 도봉구 일대는 서울로 편입되었고 그 과정에서 창고가 있던 동네란 의미에서 창동이란 지명이 붙여졌다.

◇서울 북동쪽 양곡창고가 있던 마을에 들어선 ‘이마트 1호점’

1993년 11월 중순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환승역인 창동역 서쪽 신축 대형건물에 간판이 걸렸다. 당시 창동역 주변 공장들이 떠나간 자리에 택지개발과 함께 신흥 아파트단지가 조성됐다. 또한 중랑천 건너 상계동에는 이미 10차가 넘는 주공아파트 단지들이 빼곡히 들어섰고 가까운 쌍문동 또한 서울 강북권 최초의 민영 아파트 단지가 만들어진 상황이었다.

분당과 일산, 평촌 등 서울 인근 1기 신도시가 그야말로 논밭과 산을 갈아엎고 새롭게 터를 닦아 만든 주거지였다면 당시 도봉구 창동과 쌍문동, 상계동과 중계동 일대의 아파트 단지는 기존의 동네에다가 만든 신흥 아파트 단지라는 점이 달랐다. 지금은 서울에서 가장 합리적인 집값을 자랑하는 서민 주거동네가 되었지만 1990년대 초중반에는 서울 북동부에서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이 모여 사는 지역이었다.

서울의 동네 중 한 곳인 창동과 그 인근 지역의 내력을 적어 내려 간 것은 바로 이마트(139480) 1호점 때문이다. 1993년 11월 12일 창동역 서쪽 반경 100미터 거리 신축건물 외벽에는 이마트라는 간판이 걸린다. 이날 이마트 창동점에는 약 2만 6800명의 고객이 몰렸고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비로소 국내에도 대형할인점 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재 이마트 창동점 내부에는 ‘대한민국 최초 할인점 이마트 창동점’이라고 적힌 대형 플랜카드가 걸려있다.(사진=김용운 기자)
당시 신세계(004170)백화점 소속이었던 이마트는 창동점을 내면서 본격적으로 대형할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의 성공을 점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우선 창동역 인근 3km 반경에는 서울 북동부의 대표 백화점이었던 미도파백화점(현재 롯데백화점 노원점)이 자체 버스로 손님들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하계동에는 한신백화점과 건영백화점이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즉 배후 상권에 이미 강력한 유통업체가 있었던 상황. 게다가 대형할인점은 한국에서 한 번도 선보인 적이 없던 유통형태였다.

하지만 이마트를 출점 시킨 신세계백화점의 판단은 달랐다. 먼저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에는 소비자들이 부나 신분 과시를 위해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했다. 여기에 1980년대 후반 미국의 월마트 등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생활용품의 품질격차가 사라지고 가격과 편의성이 소비자 선택의 기준이 된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수년간 연구 끝에 한국형 대형할인점인 이마트를 출범시킨다.

‘가격파괴’란 말로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첫인상을 남긴 이마트는 창동점의 매출 상승을 보고 환호했다. 개점 초기에는 하루 평균 9000만~1억 3000만원 수준의 매출을 올렸지만 1년 후에는 일 매출 2억원을 돌파했고 1995년에는 평일 2억 5000만원, 주말 3억~4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일산과 안산에 각각 2호점, 3호점을 출점하며 전국 곳곳에 이마트 깃발을 꽂기 시작한다.

이마트 창동점 지하1층 매장 내부(사진=김용운 기자)
이마트의 성공으로 다른 유통기업들도 본격적인 대형할인점 출점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마트 창동점 이후 1994년 4개에 불과하던 할인점은 이듬해 18개, 1997년에는 87개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외국계 대형할인마트도 한국 시장을 공략했지만 이마트가 선점해 놓은 한국형 할인매장 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잡지는 못했다. 특히 2006년 세계 제1의 오프라인 유통기업이었던 월마트가 한국에서 철수하며 남기고 간 16개의 점포를 인수한 이후에는 국내 점포 100호점 시대를 맞았다. 2007년에는 월매출 1조원을 넘겼으며 이후 이마트는 신세계백화점에서 법인 분리, 국내외 매장에서 10조원이 넘는 연매출을 올리는 어엿한 유통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미래 유산으로 지정된 이마트 창동점

이마트 창동점은 올해로 문을 연 지 햇수로 24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두 차례 증축을 했음에도 매장 규모는 4297㎡로 1만㎡가 넘는 다른 지역의 이마트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이다. 이마트 창동점 반경 4㎞ 안에는 홈플러스 방학점, 하나로마트 창동점, 롯데 빅마트 등 대형할인점이 인접해 있어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이마트 창동점의 성공이 없었더라면 한국의 대형할인점 등장은 더 늦어졌을 것이다. 이마트 창동점의 성공을 발판으로 국내에도 대형할인점 전성시대가 열렸다. 대형할인점은 가격결정권이 기존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이동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유통채널이었다.

서울시가 지정한 서울미래유산인 이마트 창동점(사진=김용운 기자)
서울시는 2013년 이마트 창동점을 서울의 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 당시 서울시는 이마트 창동점에 대해 “1993년 개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할인마트”라고 정의한 뒤 “선진국의 할인업태를 벤치마킹해 탄생한 이마트 창동점의 출현은 당시 유통시장 완전 개방과 관련해 외국 선진 유통업체의 국내 진출에 대항할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의미하며 세계화가 시작된 후의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발전상을 보여주므로 보존 가치가 충분하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만약 이마트 창동점을 찾는다면 창동역 서쪽 1층 출구 서쪽 벽에 걸려 있는 ‘서울미래유산’ 명패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조선시대 양곡을 모아두던 창고가 있던 창동에서 한국 최초의 대형할인점이 탄생한 사실을 떠올리면 그곳의 의미가 더욱 남다를 것이다. 사실 이마트 창동점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에는 지금과는 다른 ‘창고형’ 대형할인점을 표방하기도 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고양이 닮은꼴...3단 표정
  • 아스팔트서 왜?
  • 한혜진 시계가?
  • 이런 모습 처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