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車 세웠던 이창용…4월 날씨는 '쨍쨍'한가요

11일 금통위, 금리 '동결' 전망 우세
'25bp 인상' 소수의견 많아야 1명 예상
연준 최종금리 상단 5.25%…5월 인상 종료 전망
'물가 안개' 걷히고 있지만…'금융불안 안개' 엄습
  • 등록 2023-04-11 오전 5:00:00

    수정 2023-04-11 오전 5:00:00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초반대로 떨어지는 등 물가 둔화 흐름이 뚜렷하다. 불확실성이 가득했던 ‘안개’가 어느 정도 걷히고 있는 가운데, 비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금융불안 ‘안개’가 엄습해오는 모습이기에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의 중점을 어디에 둘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23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운전을 하는 데 안개가 가득해 방향을 모른다면, 차를 세워 안개가 사라진 것을 보고 길을 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금리 동결 결정을 안개 낀 길을 가는 자동차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기가 끝났다는 해석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언제든 ‘물가 안정’을 위해선 칼을 꺼낼 것이란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물가 안개’ 걷히고 있는가

채권시장 등 전문가들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우세하다고 보고 있다.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가 금리 동결을 점쳤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한 결과에선 응답자 중 83%가 동결을 전망했다.

이들은 통화정책의 ‘가늠자’가 됐던 물가의 둔화 흐름이 뚜렷하다는 점에 특히 주목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4.2%(전년동월대비)로 2월(4.8%)에 이어 두달 연속 4%대를 보였다. 작년 7월(6.3%) 정점을 찍은 물가상승률은 5%대를 유지하다 2월 들어 4%대로 내려오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4월 3%대 진입도 바라보고 있다.

이같은 물가 안정세는 이 총재가 언급했던 ‘안개’가 어느 정도 걷혔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 총재는 지난 2월 23일 “물가가 3월부턴 4%대로 낮아지고 연말 3%초반대로 내려가는 경로가 예상된다”며 “이런 경로대로만 간다면 굳이 금리를 더 올려서 긴축으로 가기보다 지금 수준에서 그 영향을 한 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한은 물가경로를 벗어나고 있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기에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명문이 없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의지가 약화된 점과 은행시스템 붕괴에 따른 금융안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금리 동결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당초 예상인 ‘빅스텝(50bp 금리 인상, 1bp=0.01%포인트)’이 아닌 ‘베이비스텝(25bp 인상)’을 단행, 정책금리를 4.75~5.0%로 결정했다. 최종금리 상단은 작년 12월 수준(5~5.25%)으로 유지했다. 5월 25bp 인상 이후 금리 인상이 종료된다는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 있는 실리콘밸리 은행 지점을 앞으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AFP)
금융불안 ‘안개’ 속…금리 동결+‘매’ 메시지 던질까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금융안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시장에 긴장감을 주는 ‘매파적’(긴축 선호) 메시지를 낼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물가 둔화 흐름은 뚜렷하지만 여전히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상승률 둔화세가 뚜렷하지 않고, 비은행 부동산 PF 등 금융불안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조사 결과 전문가 15명 중 8명(53%)은 ‘25bp(1bp=0.01%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는 금통위원이 최대 1명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물가 경계감이 여전한 만큼 소수의견을 통한 ‘매파적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 2월 금통위 당시 조윤제 위원은 ‘나 홀로’ 금리 인상 의견을 냈다. 의사록을 보면, 조 위원은 “금융시장이 한은의 정책의도보다 완화적 기대를 형성해 실제 이것이 현재 금융시장상황으로 반영돼 있다”며 “중앙은행으로서 보수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향후 3개월간 최종금리 상단을 3.75%로 열어둬야 한다고 보는 금통위원 수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 씨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일 보고서를 통해 “최종금리 3.75%까지 가능성을 열어뒀던 금통위원이 3~4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주상영, 신성환 등 비둘기 위원들이 3.5% 금리를 선호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지난 2월 금통위 당시 최종금리를 3.75%로 열어둬야 한다고 본 금통위원은 6명 중 5명이었다.

결국 금통위 직후 열리는 기자회견에서의 이 총재 발언이 주목된다. 매파적 메시지를 던지되 겁을 주는 선에서 그칠지, 5월 추가 금리 인상 등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2월 금통위 당시 채권시장은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이 총재 메시지를 매파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오는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주상영·박기영 위원의 마지막 금통위라는 점에서 ‘소신발언’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주 위원은 ‘비둘기파’로, 박 위원은 중도적 성향의 ‘매파’로 임기 동안 소수의견을 낸 적이 없다는 점에서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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