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 회장 “한국형 사모펀드로 승부 걸겠다”

성장성보다 수익성 중시 금융·통신·물류‘매력적’
투자한 HK저축銀주가 한 달만에 두 배 치솟아
  • 등록 2006-11-13 오전 7:23:39

    수정 2006-11-13 오전 7:23:39

[조선일보 제공]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42·미국명 마이클 김)이 “아시아식 자본주의를 꿈꾼다”고 했을 때 기자는 의외라는 느낌이 들었다.

미국 자본주의의 첨병이라는 사모펀드(PEF)로 성공한 인물. 중1 때 미국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까지 미국식 자본주의 교육을 받았고,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몸담았던‘월가(街) 출신’ 아닌가.

“PEF가 미국에서 개발된 투자방식이지만, 미국식 PEF는 한국 같은 아시아 정서와 맞지 않아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 기술을 아시아 정서에 맞도록 미세 조정하는 실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PEF인 칼라일그룹에서 승승장구하던 그가 부회장 직을 박차고 나와 동북아시아를 무대로 활동하는 MBK파트너스를 설립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설립한 MBK파트너스는 1조6000억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국내 최대의 PEF이며, 한국에 본사를, 중국·일본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좀처럼 언론에 나오려 하지 않던 김 회장에게 인터뷰 요청을 한 것은 8월 중순이었다. 두 달이 지나서야 그에게서 OK 사인이 왔다. MBK가 ‘외국계 자본’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자 작심한 듯했다.

김 회장은 MBK 파트너(임원) 5명 중 3명이 한국 사람이고, 금융감독원에 등록돼 서울 본사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데도 외국 펀드라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삼성전자 같은 국내 간판 대기업을 보면 외국인 주주 비중이 50%가 넘는데도 외국계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펀드에는 왜 외국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다고 비판합니까. 외국 자본은 자금의 용도를 철저히 감시하는 등 합리적으로 기업 경영을 하게 도와줍니다.”

김 회장은 미국식 대량 정리해고도 한국 문화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6개월 안에 다른 직장을 찾을 수 있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가진 미국에서나 통하는 얘기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MBK 파트너스 설립 이후 1년 만에 아시아 M&A(기업인수·합병) 시장에서 큰손으로 부상했다. 한국 등 전 세계에서 유치한 종자돈(현재 1조6000억원)으로 동북아 지역의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미캐피탈과 HK저축은행을 인수했다.

또 국내 PEF 중 최초로 해외로 진출, 중국 공항시설관리회사인 베이징보웨이와 대만 최대 케이블 TV 업체인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CNS)도 인수했다. 현재 일본 기업 한 곳을 노크 중이다. 홍콩의 금융 전문지 파이낸스아시아(FinanceAsia) 10월호는 아시아 시장을 활보하는 그에게 ‘아시아 PEF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아직 그의 성공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현재까지 결과를 보면 HK저축은행 주가가 MBK 투자 후 한 달 만에 두 배 이상 치솟았고, 한미캐피탈 주가도 30% 이상 뛰었다. 김 회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주가를 밀어 올린 것이다.

IMF사태 직후에 비해 기업 매물(賣物)은 줄었지만 아직 그의 눈에는 사냥감이 즐비하다. 김 회장 눈에는 금융·통신(미디어)·물류업체와 브랜드가 안정된 소비재 산업 등이 매력적이다.

“우리는 주가 가치를 보기 때문에 성장성보다는 수익성을 중요시 합니다. 현금 흐름이 회사의 생명력이죠.”

연간 세금납부 실적이 국내 20위권에 드는 그는 “나중에 전 재산을 기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사모펀드(私募·Private Equity Fund) : 일반 공모(公募)가 아니라, 비공개로 소수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펀드.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자본 참여를 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주식을 되팔아 수익을 올린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미국계 론스타펀드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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