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매년 3만 5000건 넘게 발생하는 사고를 두고 전문가들은 도로 환경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사고 방식도 보행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보행자 식별성과 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보행자 보호 인프라를 확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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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된 도로환경을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박정관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자동차는 차도가 있는데 사람이 다니는 길은 보행자 전용도로 없이 차도와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 교통사고에선 보행자가 우선권을 갖는데 지금의 운전문화는 보행자와 자동차가 함께 이동할 때 운전자가 보행자를 비난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스쿨존과 노인보호구역(실버존)을 만들고, 골목길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면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변화 속도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제도적으론 어느 정도 보행자를 위한 장치들이 마련돼 있지만, 운전자의 인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보행자 중심으로 도로 환경을 바꾸기 위해 올해 우회전 일시 정지나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 같은 새로운 규제가 많이 시행됐는데 운전자들이 잘 모른다”며 “제도 홍보가 안 되는 문제가 있다. 도로 인프라 개선도 필요한데 지자체의 예산 부족 때문에 전환이 느리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연구원은 이어 “횡단보도의 경우 설치 간격이 200m에서 100m로 줄었는데 예전 기준으로 남아 있는 곳이 많다”며 “무단횡단이나 보행자 비중이 높은 도로는 횡단보도를 추가 설치하고, 전통시장처럼 노인 이동률이 높은 길은 노인보호구역으로 새로 지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의수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운전자가 보행자를 식별하지 못해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는 경향도 있다”며 “노란색 횡단보도나 3D 횡단보도를 늘려 보행자 식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고등이나 표지판만 봐도 운전자가 보행자를 의식할 수 있는데 한국은 이 신호가 없는 곳이 많다”며 “우회전 일시 정지 경고등과 안내표지판 같은 방호장치를 확충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16일 ‘2023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을 통해 보행자 안전을 강화할 대책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보행속도에 따라 횡단보도 녹색신호를 자동으로 연장하고 자동 조명을 밝혀 가시성을 확보하는 스마트 횡단보도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1년간 사고가 3건 이상 발생한 도로와 대각선 횡단보도, 차량 접근을 확인하기 어려운 지역을 중심으로 올해 1월부터 우회전 신호등도 설치해 나가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횡단보도를 순차적으로 확대 설치할 것”이라며 “내년까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충돌 위험을 실시간으로 경고하는 교통사고 예방 서비스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