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트로이트 파산사태, 남의 일 아니다

  • 등록 2013-07-22 오전 7:00:00

    수정 2013-07-22 오전 7:00:00

한때 세계 자동차 수도였던 디트로이트가 엄청난 빚(약 20조원)을 못 견디고 파산한 것은 제조업 쇠락에 대비하지 못한 산업도시의 비극을 상징한다.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는 “지난 60년간 쌓여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선택방안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1950년 29만 6000명이었던 제조업 근로자가 2011년 2만 7000명으로 준 데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자동차 산업이 국내외로 대거 이탈한 것이 표면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미국, 나아가 선진국 제조업 공동화(空洞化)라는 원인(遠因)이 있다.

디트로이트는 1950년 최첨단 제조업이 집중된 당시의 ‘실리콘밸리’였다. 근로자 생산성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1975년 미국 공장 근로자 생산성은 1946년에 비해 두 배로 증가했다. 이는 산업계 전반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졌고 제조업체들은 임금이 더 싼 곳을 찾아 해외로 나갔다. 1978년 가을 미국 제조업 고용은 2000만 명으로 정점에 도달했다. 그러다 1979년 갑자기 엔진이 멈췄다. 제조업 고용의 성장이 둔화된 데 이어 뒷걸음질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미국 제조업 일자리 수는 절정기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아예 예외적인 것으로 근로자 10명 가운데 한 명도 채 고용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1985년 이래 미국에서는 해마다 평균 37만 2000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져 왔다. 제조업에서는 심지어 경기 확장기에도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이것은 단지 불황과 같은 단기적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며 순전히 미국적인 현상도 아니다. 1970년 40%의 독일 근로자가 제조업에 고용돼 있었지만 그 비중은 현재 21%로 급격히 하락했다.

버클리 대학의 경제학자 엔리코 모레티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20년 시차를 두고 비슷한 궤적을 따르고 있다. 한국에서 제조업 비중은 1995년까지 계속 성장하다 이 해를 분수령으로 이후 미국, 영국, 독일보다 더 가파르게 줄어왔다.

디트로이트가 실업률과 범죄율이 높고 공공부문 노조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아 시 재정이 더욱 악화되었다는 등의 지적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디트로이트 사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도 ‘제조업 이후’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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