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실명제 피해 꼬리 감추는 뭉칫돈들

  • 등록 2014-11-27 오전 6:00:00

    수정 2014-11-27 오전 6:00:00

새로 개정된 금융실명제법 시행을 앞두고 시중 자금이 요동치고 있는 모양이다. 차명거래 제한 규정이 강화됨에 따라 앞으로 예상되는 불이익을 피하려는 움직임이다. 시중에 떠돌던 부유층 자금이 과세와 처벌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꼬리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주변에 뒤가 켕기는 뭉칫돈이 적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선 눈에 띄는 현상은 은행 계좌에서 고액 예금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래 그동안 10개 시중은행에서 잔액 1억원 이상 개인계좌에서 인출된 규모가 모두 485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은행에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정상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0조원 가까이 더 빠져나갔다는 자체가 심상치 않다. 일부 서민들도 재산 증식을 위해 편법적으로 차명계좌를 이용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빠져나간 자금이 비과세 장기보험 상품이나 미술품, 귀금속 등으로 옮겨가는 추세에 대해서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골드바와 실버바의 판매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하니 은행에서 인출된 자금이 투자처를 바꾸고 있는 영향이다. 자꾸 행적을 감추고 있는 5만원권도 아마 대부분 부잣집의 안방 금고나 장롱 속에 들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불법소득을 마늘밭에 5만원권으로 묻어놓았던 과거 사례에서 보듯이 땅바닥에 묻어놓는 경우도 없지는 않을 듯싶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재산을 숨겨 놓았다가 상속세나 증여세를 한 푼도 물지 않고 자식들에게 고스란히 재산을 물려주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욱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최근의 몇몇 비자금 사건에서 확인됐듯이 5만원으로 뇌물 거래를 하는 경우도 부쩍 늘어났다.

금융실명제법의 강화로 은행 계좌에서 돌아다니던 정상 자금이 그늘로 숨어들면서 오히려 세금 탈루를 부추기고 ‘검은 거래’에 쓰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곤란하다. 법의 당초 취지도 지하경제를 양성화함으로써 세수를 늘리자는 뜻이었다. 금융당국은 자금 흐름을 예의 주시하면서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후속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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