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이버 테러, 바닥부터 재점검해야

  • 등록 2013-06-27 오전 7:00:00

    수정 2013-06-27 오전 7:00:00

청와대 홈페이지가 해킹 당해 초기화면에 ‘통일대통령 김정은 장군님 만세!’라는 붉은 글자가 뜨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국무조정실, 새누리당 시도당, 일부 언론사 홈페이지에도 해킹 또는 해킹 의심 사례가 나타났다. 정부는 사이버 위기 ‘주의’ 단계를 유지하며 원인을 분석 중이다. 사이버 위기 경보는 ‘정상-관심-주의-경계-심각’의 5단계다.

이번 경우처럼 위·변조된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 홈페이지는 2009년과 2011년에도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공격으로 마비된 적이 있다. 지난 3월에도 KBS, MBC 등 방송사와 농협, 신한은행 등 금융회사의 내부 전산망이 마비되며 사이버 위기 ‘주의’ 경보가 발령된 바 있다. 이번 해킹 사태로 불과 3개월 만에 사이버 안전에 다시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해킹 당한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해킹 주체를 뜻하는 ‘어나니머스코리아’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그러나 어나니머스코리아는 공식 트위터에 “북한이 어나니머스를 사칭해 우리가 청와대를 해킹한 것처럼 꾸미는 수작을 부리고 있다”며 “이번 해킹 공격은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지목했다. 하지만 영어로 ‘익명의’ 라는 뜻을 가진 ‘어나니머스’ 자체가 정체불명의 해커 집단이어서 그들의 이런 주장이 맞는지 알아내려면 침입경로를 더 조사해 봐야 한다.

초창기 해커들은 금전적 이익 추구나 실력 과시를 위해 주로 해킹을 했다. 특정 기업이나 단체의 전산망을 교란한 뒤 정상화해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거나, 사이버 세계에서 해킹 실력을 보여준 뒤 자신의 취업으로 연결 짓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것이 이제 정치·군사적 목적의 해킹으로 그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각국은 ‘착한 해커’를 뜻하는 ‘화이트 해커’를 집중적으로 양성해 사이버 공격에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창과 방패’의 싸움이어서 무한 반복되는 속성이 있으며 사전 대비가 무척 어렵다.

그렇더라도 청와대 홈페이지까지 뚫렸다는 데 대해 국민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석 달 전 방송사와 금융회사가 사이버 공격을 당했을 때 청와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다시 이런 사태가 발생해 실망스럽다. 사이버 안전에 대한 기존의 접근법을 밑바닥에서부터 재점검해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국가 차원의 대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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