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전반에 걸쳐 유사한 방식의 편법 입찰이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이데일리 작년 12월26일자 1·6면 참조)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사는 한국석유공사가 2012년 발주한 알뜰주유소 판매관리시스템(POS) 공급업체 선정 입찰에 B사를 포함, 8개사를 동원해 참여했다. 낙찰은 최저가를 써낸 B사가 받았고, 실제 업무는 A사의 인수회사로 알려진 C사가 수행했다.
A·B·C가 모두 다른 업체처럼 보이지만 업계에선 같은 회사로 보고 있다. 실제로 C사의 등기이사는 A사의 개발팀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두 회사는 팩스번호도 같았다.
경찰청이 지난해 11월 발주한 알뜰주유소 POS 공급업체 선정 입찰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 A사는 이번에도 C사와 함께 입찰에 참가했고 결국 최저가를 써낸 C사가 낙찰을 받았다.
입찰 탈락 업체들의 문제 제기에 조사에 나선 서울지방조달청은 “A·C사가 같은 업체로 보인다”며 낙찰을 무효처리했다. 하지만 A사는 동일한 방식으로 공공기관 입찰에 계속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대해 A사측은 “B사가 A사의 제품을 받아서 석유공사에 납품했으나 A사와 B사는 동일회사가 아니다”고 밝혔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A사의 문제 내용은 파악하고 있지만, 부정격업체로 지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꼼수 입찰로 입찰 질서가 흐려졌는데도 제재하는 곳이 한곳도 없다 보니 정당하게 참여하는 업체들만 피해를 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채규 경희대 산업관계연구소 실장은 “가격이든 품질이든 입찰에 제대로 된 경쟁이 필요하다”며 “정상적인 책임 입찰제를 통해 입찰 과정의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