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내년 봄 이사철까지 팔 기회를 드리겠다. 다주택자 없이는 임대용 주택도 없고 주택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만큼 다주택자로 남으려면 임대사업자 등록 등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달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지난 3일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다주택자가 시한폭탄 앞에 섰다. 내년 4월 1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로서는 빨리 보유한 주택을 매도해 양도세 부담을 줄일지, 아니면 이참에 아예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지금까지는 보유하고 있는 주택 수와 상관없이 양도 차익에 따라 6~40%의 기본세율만 적용됐다. 그러나 내년 4월 1일부터는 조정대상지역 내에 있는 주택을 팔면 주택 보유 수에 따라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포인트의 추가세율을 부담하게 된다.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 차익의 10~30%를 공제해줬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다주택자는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과천·성남·하남·광명·고양시, 세종시, 부산 해운대·연제구 등 전국 40개 시·구에 있는 집을 소유한 다주택자에게 해당한다.
|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내년 4월 1일 이후 다주택자에게 적용될 양도소득세율.(자료: 국토교통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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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집을 팔 생각이 있는 다주택자의 경우 내년 4월 이전에 파는 것이 세금(양도세)을 줄이는 방법이 됐다. 실제 양도세 중과에 따른 세 부담을 계산해본 결과 6000만원 정도의 시세 차익이 발생했다면 규제 이전에는 706만원을 내면 됐지만 앞으로는 양도세가 2주택자는 1576만원,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208만원으로 무려 3배 이상 늘어난다.
대출 규제 강화로 다주택자는 주택 처분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커졌다.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40%로 줄이고 투기지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제한하고 주택담보대출 건수도 차주당 1건이 아니라 가구당 1건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당초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대출을 받은 투자자가 주택 보유 기간을 늘리기 위해 만기를 연장하거나 ‘갭투자’(전세 끼고 집을 산 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내는 것)자들이 전세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는 것이 어려워졌다.
당장 주택을 팔 계획이 없는 사람이라면 임대사업자 등록을 고려해볼 만하다. 임대주택은 보유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등록된 임대주택 역시 이번 규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재산세가 감면된다. 의무임대 기간(4년)이 가장 짧은 단기 임대의 경우 5년 이상 세를 놓으면 종합부동산세 납부 의무를 지지 않고 6년 이상 임대해 장기임대주택이 되면 양도세가 2~10%까지 공제된다. 다만 임대기간 동안은 임대료 인상률도 연 5%로 제한되고 의무임대 기간 내에 세놓은 주택을 팔 계획이라면, 이를 사는 매수자가 같은 주택임대사업자로 임대사업을 이어나간다는 조건에서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다주택자들이 정부가 제시한 답안지에 없는 ‘세 번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금력이 풍부한 다주택자라면 매도도 하지 않고 임대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은 채 규제가 풀릴 때까지 보유하는 ‘장기전’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종전처럼 임대소득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반복될 뿐만 아니라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2003년 노무련 정부는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고 불로소득을 거둬들인다는 명분으로 양도세 중과에 나섰지만, 이는 오히려 주택 거래를 위축시키고 장기적으로 공급 감소를 불러와 집값을 들썩이게 했다”며 “과거 정부가 밟았던 과오를 그대로 밟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