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프리즘]전국민 기초 법률교육의 필요성

박주희 로펌 제이 대표변호사
  • 등록 2023-11-20 오전 6:10:00

    수정 2023-11-20 오전 6:10:00

최근 몇 주간 세간을 가장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코 ‘전청조 사건’이다. 전 펜싱 국가대표선수 남현희의 약혼자로 언론에 공개되자마자 성별부터 출신, 전과이력까지 끊임없는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그의 사기 행각들이 들통 나며 구속 기소됐다. 그는 모 그룹 회장의 혼외자를 사칭하고, 미국 반도체 기업의 대주주이자 은행에 예치된 예금만 51조원 이라는 엄청난 부를 과시하며 투자자를 모집해왔다. 지금까지 알려진 피해금액만 26억원이지만, 피해 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의 촌극 같았던 사건이지만 세상에는 전청조 같은 사기꾼들이 많다. 울산에서는 소개팅 앱으로 만난 남성들에게 부유층인 것처럼 행세하며 교제한 남성들에게서 30억 원 넘는 돈을 편취한 40대 여성이 구속됐다. SNS나 오프라인에서는 막대한 수익금을 약속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정체 불분명한 업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기 피해자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사기꾼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사기죄 같은 경제 범죄는 피해 당사자 외에 가족과 그 주변인의 삶까지 앗아가는 악질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경제 범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판결을 하고 있다. 편취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 가중처벌을 하도록 특별법도 만들어져 있지만 실제 판결을 보면 범죄 규모에 비해 너무나 미약한 형이 선고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지적받고 있음에도 법원의 태도는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또 하나 피해자들을 좌절시키는 것은 사기꾼들 대다수는 사기로 편취한 돈을 유흥비처럼 개인적 목적으로 탕진해버리기에 검거해보면 빈털터리인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전청조처럼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며 부를 과시하던 사람도 내막을 알고 보면 본인 소유가 아니고 단기 임차나 리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제대로 된 피해 변제도 이뤄지지 않는 것인데, 교화는커녕 미온적 처벌까지 더해져 사기꾼들이 더욱 활개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사기 범죄는 제대로 된 사기꾼 처벌도, 피해 변제도 이뤄지지 못하기에 각자가 사기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우리 사회는 스스로를 사기 범죄로부터 지킬 수 있는 기초적인 법률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라는 것만으로는 역부족하다.

사람이 태어나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동안 무수한 법률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가깝게는 근로계약부터 돈을 빌리고, 부동산을 임차하거나 매매하는 일까지 살면서 크고 작은 계약을 체결하는 일을 경험하지만 계약서를 읽는 방법이나 작성하는 방법처럼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초적인 법률지식 교육은 부재하다. 변호사로 일하며 경험하는 사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계약서의 문구만 잘 확인했어도, 부동산등기부등본만 잘 확인했어도 피할 수 있었던 손해들을 왕왕 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회사(법인)에 투자하며 대표 개인 계좌로 투자금을 입금했다가 대표가 투자금을 빼돌리는 경우들도 보는데, 대표와 회사는 철저히 분리된다는 ‘법인’에 대한 기본적 지식만 있었어도 충분히 피할 수 있던 일이다. 그러나 일이 벌어지고 나서 법정에 나가 ‘몰랐다’는 말을 해도 판사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법은 사회의 규약으로 사회인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것으로 전제하기 때문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계약서 작성법이나 기초적인 민법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곤 하는데, 그 때마다 듣는 이야기는 ‘쉽게 설명해줘서 고맙다’는 말이다. 법은 ‘먹고사니즘’과 연관된 생활밀착형 지식임에도 용어도 법리도 어려워 누군가가 쉽게 풀어 설명해주지 않는 한 스스로 공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세 사기를 당한 한 사회초년생은 울면서 이런 말을 했다. 선순위 근저당이 무엇인지 학교에서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사기꾼의 천국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률 교육은 정책적으로 이뤄져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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