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년이 더 어려울 것" ...기업 한숨, 흘려들을 일 아니다

  • 등록 2023-11-07 오전 5:00:00

    수정 2023-11-07 오전 5:00:00

기업들이 내년 경영 전략을 짜는 데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언론사가 최근 10대 그룹 전략 관련 임원을 대상으로 내년 경영 환경을 조사한 결과 7곳이 ‘올해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한 곳도 있지만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단 1곳에 그쳤다. 올해가 두 달도 채 안 남았지만 10곳 중 4곳은 내년 사업계획의 밑그림도 아직 못 그렸다.

갈수록 고조되는 경영 환경 불확실성에 기업 전략 담당자들의 한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기대를 걸었던 중국의 경기 회복은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10월 불붙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전선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한 지정학적 블록화는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시키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반기업·친노동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특히 큰 부담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밀어붙이고 있는 노란봉투법은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법 적용 대상 사용자 범위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어서 노사 갈등을 증폭시키고 경영 리스크를 키울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올해의 비상경영 체제를 내년에도 유지하면서 더 보수적인 경영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이렇게 위축되면 국민 생활도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면 실업자가 늘고 가계 소비가 줄어들게 된다.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국내 소비마저 가라앉으면 경제 전체의 성장이 저조해진다.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에 대해 대기업들은 대부분 1% 후반대를 유지하기도 힘들 것으로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한 것은 기업들이 그만큼 위기적 상황에 몰려 있음을 알려준다. 당사자인 기업들이 심기일전해 난국 돌파에 앞장서야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도 팔짱만 끼고 볼 때가 아니다. 지금은 기업 때리기보다 기업 기 살리기에 힘을 합쳐야 한다. 기업이 뛰어야 투자와 고용이 살아나고 경제 전체의 선순환이 가능해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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