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니야"..떠나는 입사2년차

“안정성이 최고” 공무원·공사로
공채사원 16명중 3명만 남은 대기업도
“언제 잘릴지 몰라…” 학교로 U턴 늘어
  • 등록 2006-11-14 오전 7:10:13

    수정 2006-11-14 오전 7:10:13

[조선일보 제공] 재벌 그룹 계열사, 외국계 컨설팅 회사…. 청년백수 100만 명 시대에 선망되는 직장에 취직했던 새내기들. 그들이 1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있다. 토익, 학점, 영어, 인턴 등 취업 ‘스펙’을 갖추느라 대학시절 골몰했던 그들.

하지만 정작 취업에 성공하자 다시 두리번거리고 있는 것이다. 취업을 위해 발버둥치지만, 일단 입성한 뒤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입사 2년차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다.

◆2년차 퇴직 러시

재계 순위 5위 안에 드는 대기업 계열 S사. 2004년 말 입사한 신입 사원은 모두 53명. 이 중 8명은 지금 회사에 없다. 2년차 평균 연봉 3400만원의 직장을 15%가 박차고 나갔다. 본지가 추적해 본 결과, 이들 중 4명은 유학과 대학원 진학, 2명은 공기업, 1명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사기업으로 옮긴 사람도 1명 있다.

재계 순위 10위권인 L사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04년 공채로 뽑은 16명 가운데 3명만 남았다.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K사의 경우도 2005년 신입사원 48명 가운데 10명이 관뒀다.

어렵게 취직한 직장에서 ‘초단기 퇴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달 전에 S사에 사표를 던진 김모(여·27)씨의 말. “직장을 계속 다녀도 정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30대가 되기 전에 공부를 더 해서 다시 취직할 거예요.” 그는 지금 대만 유학을 준비 중이다.

비록 회사에 남아있지만, 김씨의 동기생들도 고민 중이다. 본지는 남아있는 동기생 45명 가운데 40명과 만날 수 있었다. 이들 중 13명은 직장을 옮길 생각을 해 본 적이 있고, 5명은 현재 이직 준비를 하고 있다.

2006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젊은 직장인들의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은 1년 9개월이었고 4명 중 1명이 2년차 때 첫 직장을 그만 뒀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조사에서도 20대의 평균 직장 재직기간은 1년 10개월로 2년을 못 넘겼다.

◆‘안전한 직장’을 찾아서

백모(여·27)씨는 2004년부터 1년 2개월간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다녔다. 회사를 다니면서 경영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다가 결국 공무원 시험을 택했다. “MBA(경영학석사)를 마치고 온 선배들을 봐도 저랑 비슷한 일을 하는 거예요. 공부를 한다고 해도 10년 앞을 내다보기 어렵잖아요.” 그는 지금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김성태(30)씨는 2005년 2년간 다니던 대기업 건설사를 퇴사했다. 그리고 8개월간 토익과 상식 공부를 해서 한국토지공사로 옮겼다. “일반 기업에서는 업무에 쪼들려 에너지를 뺏기는 경우가 많았고, 과장이나 차장 부장급들이 빡빡하게 사는 것을 보면서 안정성이 높은 공사를 택했다”고 말했다.

11일 오전 서울대의 한 강의실. 공기업 취업 스터디 모임 멤버 5명 중 4명은 직장인이다. 최모(29)씨의 말. “회사 들어가서 1년을 이것저것 배우느라 정신 없이 보내고 나니까 ‘계속 이 일을 하면 발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기업이 안정적이고 자기 계발 기회도 많으니까….”

◆다시 공부

직장을 관두고 대학원으로 유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9월 문을 연 연세대 경영대학원 주간 MBA과정 입학생 98명 가운데 83명은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대학원을 택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2년간 ‘백수’였던 최모(29)씨. 그는 한 여론조사회사에 취직했지만 1년을 조금 넘게 다니고 다시 대학원으로 돌아왔다. “학사학위만 가지고 계속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장 40살까지는 다닐 수 있겠지만 더 좋아질 가능성이 안 보였어요. 당장 1~2년 더 공부하고 취업준비를 해서 더 좋은 직업을 구하고 싶습니다.”

2년차 직장인의 유턴에는 현실적으로 부모의 도움도 크다. 역시 직장을 그만 두고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이모씨.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당장 월급이 급하지 않은 20대까지를 일종의 취업 유예기간으로 생각합니다. 대학도 재수를 해서 소위 명문대에 가는 게 남는 것처럼 지금 직장을 접고 대학원에 다니면서 졸업 2~3년까지는 최대한 몸값을 높일 거예요.”

이런 경향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은 “개인 차원에서는 일종의 시행착오라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인력 운영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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