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틀어막자 2금융권 중도금대출 반년새 2배 육박

8월까지 잔액 9조…작년말보다 93%↑
은행권 집단대출 규제 '풍선효과'
  • 등록 2016-10-17 오전 5:30:00

    수정 2016-10-17 오후 3:41:39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한 명목으로 은행권이 아파트 중도금대출(집단대출) 규제에 들어가자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중도금대출 규모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결국 당초 목적했던 정책 효과는 달성하지 못한 채 무주택자 등 서민들의 이자 부담만 늘어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중도금대출 줄이자 제2금융권이 영업 확대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금융권 중도금대출 현황’ 등에 따르면 2016년 6~8월 기준 제2금융권 중도금대출 잔액은 9조 393억원으로 지난해 말(4조 6726억원)보다 93% 늘어났다. 불과 반년 만에 전체 부채가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제2금융권의 중도금대출 규모가 빠르게 증가한 데에는 올 초부터 은행들이 중도금대출 규모를 자체적으로 조절한 영향이 컸다. 집단대출이 많이 늘어나자 은행들이 자체심사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상당수 건설사가 울며 겨자 먹기로 중도금대출 금리를 올려서라도 은행에서 중도금대출을 받거나 이도 안되면 제2금융권으로 발걸음을 올렸다.

저축은행 중도금대출 규모를 보면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 저축은행 중도금대출 잔액은 2013년 말 2089억원이었는데 2014년 말에는 2001억원으로 오히려 잔액 규모가 줄었다. 분양시장 호황이었던 2015년도 125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올해 들어서는 불과 7개월 만에 1.5배에 달하는 1953억원이 늘었다. 새마을금고 역시 2015년 말 2조 873억원이었던 중도금대출 잔액이 8개월 만에 5조 92억원으로 3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는 은행권 중도금대출과 비교해도 훨씬 가파른 증가세다. 16개 시중은행 중도금대출 잔액은 2015년 말 44조 6449억원에서 올해 6월 기준 53조 5272억원으로 20% 늘어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도금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나 주택금융공사가 100% 보증을 서주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절대로 부실이 날 염려가 없는 대출”이라며 “그동안 은행이 중도금대출을 독식해왔는데 가계부채를 늘리지 말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심사를 까다롭게 하면서 그 파이를 고스란히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이 가져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 부담 70만~140만원 늘어나…무주택자·실수요자에 타격 ‘부작용’

은행에서 받을 수 있었던 중도금대출이 제2금융권으로 가면서 높아진 금리는 고스란히 수요자에게 전가된다. 게다가 제2금융권 대부분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의 보증 협약 대상이 아니다. 결국 신용도가 더 낮은 건설사가 직접 보증을 설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이자 비용은 더 올라가게 마련이다. 한국주택협회는 시중은행에서 제2금융권으로 가면 금리 수준이 약 0.7~1.4%포인트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1억원의 중도금대출이 발생하면 연이자가 70만~140만원 더 발생하는 셈이다.

앞으로도 제2금융권 중도금대출 규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8·25 가계부채 대책’으로 이달부터 중도금대출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무주택자에게 공급하는 전용면적 85㎡ 이하의 공공분양에도 중도금대출이 나오지 않는다거나 HUG나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서주지 않는 중도금대출 10%를 아예 계약자들이 직접 마련하라는 건설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상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도금대출이 까다로워지면 그 부담은 건설사나 수요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미분양 우려가 있는 지방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분양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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