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가점제는 부양 가족 수(35점), 무주택 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을 기준으로 항목별 점수를 더해 높은 점수순으로 당첨 우선권을 주는 제도다. 따라서 신혼부부나 소형 아파트 보유자 등 일부 실수요자들이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 분양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권 첫 신규 분양아파트였던 ‘신반포센트럴자이’가 지난 15일 발표한 청약 당첨자 결과를 보면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주택은 모두 당첨가점 평균이 70점을 웃돌았다. 98~114㎡형 역시 평균 가점이 60점대 후반에 형성됐다.
여기에 정부가 8·2 대책 후속조치를 통해 추진 중인 청약제도 개편이 이달 중 완료되면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성남시 분당구, 세종시, 대구시 수성구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전용 85㎡ 이하 민영 아파트는 100% 청약가점제로 공급하게 되고, 조정대상지역 내 전용 85㎡ 이하 주택은 가점제 적용 비율이 40%에서 75%로, 전용 85㎡ 초과는 0%에서 30%로 각각 상향된다. 가점에 한계가 있는 신혼부부 등의 수요자 집단은 가점제 적용 확대로 역차별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①6억원 전세 세입자는 되고, 3억원 자가 보유자는 안 되고
무주택 기간은 84점 만점 중 38%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항목이다. 미혼자는 만 30세 이상부터 무주택 기간 1년마다 2점을 부여받는다. 만 30세 전에 혼인했다면 혼인신고일로부터 1년마다 2점씩 쌓아나갈 수 있다.
전세난 등 주거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울 외곽에 3억원 짜리 소형 주택을 구입한 A씨 입장에서는 강남에서 6억원짜리 전세를 살던 B씨가 ‘로또 청약’에 더 유리한 상황 자체가 불만이다. 앞으로 서울에서 85㎡ 이하 민영아파트의 경우 100% 청약가점제가 적용되는 만큼 A씨는 원하는 지역의 새집을 분양받을 기회가 희박해졌다. 이 같은 구조는 당분간 주택 매수 수요를 줄이고 전세 수요를 늘려 결과적으로 전세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②신혼부부·무자녀 부부는 하늘의 별 따기
무주택 기간보다 배점이 더 큰 것이 부양가족 수(35점)다. 84점 중 41.7%를 차지한다. 부양가족 1명이 늘어날 때마다 5점을 가산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무주택 기간 3년, 청약저축 가입기간 5년과 맞먹는 수준이다.
부양가족 산정에는 배우자와 미혼인 자녀가 포함된다. 출산율이 2016년 기준 1.17명인 것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30대 세대주의 부양가족은 2명(배우자 1명, 자녀 1명)으로 가점은 만점에서 20점 부족한 15점이다. 부모님을 한집에 모시고 있다면 25점까지 가능하다. 아이 2명을 더 낳거나 배우자의 부모님까지 한집에 같이 모셔야만 만점인 35점이 가능하다. 특히 직계존속의 경우 3년 이상 동일 주민등록등본에 등재 기록이 있어야 한다.
③“모든 평형 같은 잣대 말고 평형별 가점 기준 달리해야”
중소형과 대형에 구분 없이 청약가점 기준이 획일화돼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부모를 모시는 다둥이 가족이 중소형 평형에 당첨되는 것은 입주 이후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이는 실수요자라기보다는 1회성 로또 복권에 당첨돼 수억원의 프리미엄(웃돈)을 챙기고 다시 어딘가 다른 집을 찾아가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또 한편으로는 아이를 갖지 못한 난임부부나 다른 개인적 사정으로 자녀가 없는 부부가 청약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할 기회를 박탈해서도 안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소형 평형은 청약저축을 오래 가입하고 무주택 기간이 길다면 부양가족 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게 가점 기준을 적용하고 대형 평형은 실제 부양가족이 많은 대가족에게 당첨 가능성을 높여주는 맞춤형 가점 기준을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약가점제 적용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8·2 대책에 따른 청약가점제 적용비율 확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1주택자 교체 수요나 가점이 낮은 사람들의 청약 기회를 차단하면 결국 그 수요가 기존 매매시장으로 흘러들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