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한창인 요즘 주변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낯선 환경이 주는 기분 전환에 해외로 향하던 인파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발이 꽁꽁 묶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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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으면서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선 대한항공(003490)도 같은 처지긴 마찬가지다. 거액을 빌려준 채권단이 제시한 조건은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에 나서라는 주문이었다.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대한항공은 기내식 사업 매각 등 자구안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7일 기내식과 기판 사업부 매각 추진을 위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코에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하고 매각 업무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세간에 알려진 금액은 1조원 규모지만 조정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양측이 인수가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배타적 협상권만 부여한 점도 서로의 전략을 펼치기 위한 점과 무관치 않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내식 사업부는 볼트온(유사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가정간편식(HMR) 시장 잠재력에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는 분위기다”면서도 “업계 내에서도 기판 사업부는 내년 2분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보니 현재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달 추진한 유상증자에서 1조127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일반 공모(실권주·단수주) 청약에만 3조7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몰리며 124.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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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여객 수요가 급감했지만 화물 수요가 급증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에 전 세계 항공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도 대한항공은 유일한 흑자 회사에 이름을 올렸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주요 대형항공사(FSC)들이 1분기 2배가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일본 양대 항공사도 1000억엔이 넘는 적자로 힘들어하는 것과 대조적이다”며 “화물사업에서 명암이 엇갈렸는데 이익뿐 아니라 대한항공은 사업재편과 자본 확충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은 하반기에 반등할 수 있을까. 이한준 KTB증권 연구원은 “소니(PS5)와 애플(아이폰12), 삼성전자(갤럭시 5종) 물량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벨리(Belly·여객기 하부 화물칸) 공급이 전무해 화물 운임은 3분기에도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유동성 확보 속도와 항공화물 운임 반등을 감안하면 생존 가능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