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좌도 우도 아냐…`범죄 피해자 인권보호` 위해 뛰어든 것"[만났습니다①]

조두순 사건, `국가는 약자 보호` 믿음 사라져
민주당, 피해자 `갈라치기` 실망
윤석열 법치주의 `뚝심` 믿고 선택
1호 공약 `피해자 지원 통합기관`
  • 등록 2021-12-24 오전 6:30:00

    수정 2021-12-24 오전 6:30:00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직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단 하나다. `범죄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해서다.

이 위원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만약 강력 범죄 피해자 중 남자가 80%였다면 나는 ‘반(反)페미’, 남성주의자가 됐을 것”이라며 세간의 `페미 여왕` 이미지를 부정했다. `원래 정치 성향이 보수였다``비례대표 추천을 받으려 한다`는 그를 향한 악성 댓글에도 “예상했던 바”라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욕 먹을 걸 알면서도 정치권에 뛰어든 배경엔 `조두순 사건`이 있다. 2008년 경기 안산에서 8세 여아 나영이(가명)을 성폭행 해 중상해를 입힌 사건으로, 재판에서 음주 상태에 따른 심신미약이 참작돼 조씨에겐 징역 12년형이 확정됐다. 범죄 잔혹성에 비해 형량이 약해 국민적 공분을 샀으나 거기까지였다. 지난해 형기를 마친 조씨는 그대로 안산으로 돌아간 반면, 피해자인 나영이 가족은 모금 운동의 도움을 받아 안산을 떠나야 했다. `국가는 약자를 보호한다`는 이 위원장의 믿음을 송두리째 흔든 사건이었다.

이 위원장은 “입법을 한 뒤에도 피해자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며 국회의원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결국 대통령 공약에 얼마나 밀접한 것들을 많이 넣느냐가 중요했고, 현실적으로 양당 중 당선 가능성이 큰 분을 고른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원하는 건 `기능적인 선택`일 뿐이라는 의미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서는 “변호사도 `기본 윤리`라는 게 있는데, 술 먹고 여자 죽이는 걸 가능하다고 변호하는 사람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최근 윤 후보가 `흉악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민주당 측에서 이를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에 빗댄 것을 두고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걸 이런 식으로 격하하는 의도 자체가 굉장히 불량하다”며 발끈했다. “그들 머릿속의 인권은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고 되물은 그는 “얼마든지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국민의힘에서 공동선대위원장까지 맡은 계기는.

△민주당에서 오래 지원한 사람들과 생각이 다른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십수 년 매달려 발의시킨 게 `스토킹 처벌법`이었는데, 난센스하게도 국민에힘에 와서 입법됐다. 선대위 합류 제안은 모든 당에서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나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더 가깝다. 그런데 두 분 다 안 될 것 같은데 어떡하나. 안타깝지만 나머지 두 분 중 한 명을 선택한 거다.

-왜 윤 후보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하나.

△딱 하나 중요한 기준이 법치주의였다. 후보들 전과를 보면 너무 간단한 문제다. 윤 후보 경력을 보니 사람이 일관성을 갖고 살았더라. 변호사 생활을 하며 돈맛을 보면 인간이 변질되기 마련인데 대형 로펌에 갔다가 검사가 하고 싶다고 돌아온 걸 높이 평가했다. 좌우 안 가리고 수사는 다했고, 목이 날아갈 뻔한 적도 있었다.

-10년 넘게 자문했던 민주당을 택하지 않은 이유는.

△피해자를 갈라치기 하는 게 너무 짜증났다. 우리 편이면 피해자이고 상대편이면 `피해 호소인`인가. `스토킹 처벌법` 관련해서도 ‘패스트 트랙’이 있는데 안 해주는 게 용납이 안 됐다. 이 후보의 문제도 너무 적나라했다. 심신 미약과 음주 감경을 주장하는 사람은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 양심의 선택을 한 거다.

-당과 색깔이 안 맞는다는 우려가 계속 나온다.

△오히려 다행이다. 색깔이 달라야 민주주의다. 다른 목소리를 배제하는 식으로 뭘 이룰 수 있나. 온 국민을 다 끌고가는 게 대통령이다.

-이준석 당 대표와의 구도가 젠더 갈등처럼 비치기도 한다.

△난 `이대남` 안 싫어한다. 여자들만을 위한 일을 해본 적도 한 번도 없다. 그래서 강남역 사건을 ‘여혐 범죄’라고 부르는 것도 반대했고, 여성가족부를 꼭 그렇게 불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선대위에 합류한 뒤 처음 발표한 정책에서도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젠더 갈등은 허상이라고 본다.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보는 건가.

△우리나라 사법제도는 피해자를 너무 우습게 생각한다. 범죄자도 인간이라는 건 정말 웃기는 말이다. 인권에도 우선 순위가 있다. `나영이 인권`에 우선한 `조두순 인권`은 있을 수 없다. 나영이가 조두순이 언제 어디서 출소하는지 먼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나영이 이사 비용은 왜 지원이 안 되나.

-조두순 사건이 갖는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성범죄의 실체를 깨닫게 했고, 국가가 약자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걸 알게 했다. 우리나라 형사 정책의 무게 중심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도 보여줬다. 내 삶에 굉장히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교단에서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싸움닭`이 될지는 몰랐다.

-윤 후보의 ‘흉악 범죄와의 전쟁’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이를 두고 군사정권을 연상시킨다는 건 공격을 위한 공격일 뿐이다. 그때의 범죄는 사상범들을 포괄했고 현재는 다 강력 범죄다. 성폭력이나 스토킹에 엄중대처 하지 않으면 누구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건가. 피고인 인권 보호만 주장하던 자들이 웃기는 얘기를 하는 거다.

-추가로 준비하는 정책의 방향성은.

△경선 때와는 달리 이젠 상대가 분명해졌다. 정책을 정교화하고 있다. 새로운 사항을 넣기도 하고, 현행법상 충돌 지점을 보기도 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본인들이 원치 않아 알려지진 않았으나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훌륭한 분들이 함께 모여 매일 싸우고 있다. 후보가 물 위에서 백조처럼 우아하게 가고 있으면, 앞으로 나가려고 물 속에서 바삐 허우적대는 건 정책위원회다.

-정치에는 정말 뜻이 없나.

△여전히 교수고 내년 3월 대학으로 돌아갈 거다.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논공행상` 안 하는 사람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좌도 우도 아니다. 정치도 하기 싫다. 다만 피해자 인권을 보호할 수 있다면 어디든 뛰어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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