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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일대에 역전세난(전셋값을 낮춰도 세입자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일면서 나가려는 세입자와 다음 세입자를 찾지 못해 보증금 반환을 못하는 집주인간 갈등이 흔했고, 이를 해결하고자 정부가 저금리 대출에 나서기까지 했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 2008년 잠실 일대에서 벌어진 ‘입주대란’의 데자뷔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입주가 다가올수록 세입자를 구하려는 집주인의 경쟁에 전세보증금은 떨어지고, 전세계약 2년이 끝나는 시점에서 다시 가격이 오르는 패턴이 반복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통념이 깨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입주가 가까워졌는데도 전셋값이 되레 오르거나 오르지 않더라도 역전세난까지 번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작년 8·2 부동산 대책으로 실거주 요건(2년 거주)이 강화되면서 분양받은 사람의 실거주 수요가 늘어난데다, 무주택자의 청약 당첨 기회를 크게 확대한 지난 9·13 대책으로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다 수도권 3기 신도시나 신혼희망타운 청약을 노리는 전세수요도 가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승세 타는 입주 예정 아파트 전셋값
지난달 입주에 나선 마포구 염리동 ‘마포자이3차’(927가구)도 마찬가지다. 전세계약 실거래 신고가 이뤄지기 시작한 5월 말에는 전용 59㎡가 5억원 미만에도 계약이 체결됐지만 9월 말에는 6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전용 84㎡짜리 로열층은 7억원은 줘야 전세를 얻을 수 있다”며 “입주 잔금 마감 기한이 11월 말이라 가격을 낮춘 전세 물건이 나올 수도 있지만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총 9510가구로 미니 신도시급인 헬리오시티 전세시장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워낙 대규모 단지라 지난 2월부터 세입자 구하는 전세 매물이 나오고 전셋값도 전용 84㎡ 기준으로 6억원 밑으로 떨어졌지만 이제 5억원대 매물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8월 중순만 해도 전용 84㎡가 중층 기준 전셋값이 6억원이었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에는 7억~7억3000만원에, 이달 초에는 7억5000만원에 각각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가격을 낮췄던 전세 매물이 추석 이후 자취를 감추면서 집주인들이 전세가격을 올려 내놓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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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입주율이 높아진 데에는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하는 욕구도 일정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단지 신축 아파트의 경우 커뮤니티 시설이나 사물인터넷(IoT) 적용 등으로 거주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다. 서초구 잠원동 Y공인 관계자는 “보통 30~40평대는 절반 이상 자가 입주를 하고 20평대는 그 비율이 20~30% 정도인데 실거주 요건이 추가되면서 자가 입주 비중이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강남구와 서초구에 올 연말까지 입주하는 단지들이 몇 곳 있지만 자가 입주가 늘었고 연말로 갈수록 학군 수요가 생기기 때문에 내년 초에는 전셋값이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9·13 대책 이후 집값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도 전세시장 불안 요소다. 지난 9·21 대책에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 등 주택 공급 방안이 담기면서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다 신혼희망타운 등 ‘로또 청약’을 노리려는 이들이나, 집값이 너무 올라 일단 관망세로 돌아선 실수요자들이 세입자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최근 집값 급등으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하락하니까 집주인들이 임대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전셋값 높이기에 나선 측면도 있다”며 “다만 물량 앞에 장사 없기 때문에 실제 입주 후에도 전세가격이 견고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