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50여년 외교사 중심’ 한남동 공관 ‘역사 속으로’

2004년 BDA 사태 해결위한 한러 회담 장소
편안하고 조용한 장소로 韓외교역사 주요무대로
대통령 관저로 낙점…靑비서실장 공관 외교부장관 공간 될듯
  • 등록 2022-04-26 오전 6:00:00

    수정 2022-04-26 오전 11:03:31

24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배현진 대변인이 진행한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이 새 관저로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대해 “보안, 경호 비용, 보안과 경호 비용, 공기 등 여러가지를 감안해 새로운 곳을 공관으로 사용하기로 사실상 결정한 상황”이라고 확인했다. 사진은 24일 외교공관의 모습.[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분위기가 이렇게 무르익어서인지 그날 참석자들은 보드카를 많이 마셨습니다. 대화가 길어져서 라브로프의 특별기가 한 시간 이상 이륙을 늦출 정도였습니다.(…) 만찬이 끝나갈 무렵 라브로프에게 북한의 BDA예금이 러시아 은행을 경유해 송금될 것을 기대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이 공저한 ‘한반도특강’에서는 2007년 BDA사태 이후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돌려놓기 위한 이야기가 실감나게 펼쳐진다. 미국이 북한의 불법자금을 세탁하는 창구로 활용되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돈세탁우려기관’으로 지정해 각국 금융기관에 북한과의 거래를 조심하라는 주의보를 내리자 각국 금융기관들이 모두 미국과의 금융거래가 막힐 것을 우려해 앞장서 BDA와 거래를 끊고 예금을 인출한 사태다. 북한은 크게 분노했고, BDA에 동결된 자금을 돌려줄 때까지 6자회담 복귀 불가를 선언했다. 그러나 북한의 돈을 돌려주기 위한 은행을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만 큼 어려웠던 도중,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만찬을 계기로 러시아 은행이 나서주길 부탁했다는 것이다. 며칠 뒤 러시아 극동은행이 나서 북한 대동은행에 돈을 입금한다.

이때 이 만찬 장소가 바로 서울 한남동의 외교장관 공관이다. 실제 2004년부터 러시아 장관을 한 라브로프 장관은 한남동 공관을 가장 많이 찾은 손님 중 하나로 여겨진다. 그런가 하면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국가정보원장 등을 지낸 임동원 전 장관의 회고록 ‘피스메이커’에서는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국 차관보 일행이 2박 3일의 평양방문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후, 외교부장관 공관에서 방북결과를 설명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24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배현진 대변인이 진행한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이 새 관저로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대해 “보안, 경호 비용, 보안과 경호 비용, 공기 등 여러가지를 감안해 새로운 곳을 공관으로 사용하기로 사실상 결정한 상황”이라고 확인했다. 사진은 24일 외교공관의 모습.[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처럼 1971년 건립 이후 50년이 넘는 세월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은 대한민국 외교역사의 중심에서 그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 때문에 외교부에 오래 근무한 외교관들은 그 역사가 담긴 장소가 곧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많이 표했다. 최근은 코로나19 상황으로 대면 행사의 빈도는 줄긴 했지만,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외교장관은 물론 주요 국제기구 인사, 의회 대표단 등에게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은 딱딱한 격식을 다소나마 풀고 깊이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과 사의 경계’에 있는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남동 외교공관은 장관이 생활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내외빈 접대행사로 쓰이는 ‘외교자산’으로서 세심하게 관리돼왔다. 배산임수의 좋은 위치와 서울 일대는 물론 날씨가 좋으면 한강까지 보이는 전망, 잘 가꿔진 정원으로 예전부터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을 국무총리 관저 등으로 쓰자는 압력도 은근하게 있었다고 한다.

이런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이 대통령 관저로 낙점되면서 외교부는 50년간 이어진 용산시대를 끝내고 종로시대를 여는 모양새다. 인수위 내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은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종로구 통의동 브리핑에서 “외교부 장관 행사를 위해 공관이 필요하다고 해서 저희가 검토한 것은 현재 삼청동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과 대통령 안가”라며 비서실장 공관을 외교장관 관사로 사용하고, 안가는 외교부 장관이 참석하는 행사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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