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장 입각설로 외국인이 긴장한 이유

  • 등록 2000-08-08 오전 8:45:04

    수정 2000-08-08 오전 8:45:04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금융감독위원장이 된다는 얘기가 맞느냐. 그렇게 되면 주택은행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영국 런던에 본점을 둔 모(某)외국계 증권사가 지난 주말 서울지점에 긴급 문의한 사항이다. 김 행장이 금감위원장으로 옮기면 은행의 가치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실제로 지난달 31일부터 3일까지 4일간 주택은행 주식을 순매수했으나 4일 돌연 60만6990주를 순매도했다. 주가도 2100원 하락했다. 대우사태, 현대사태, 합병설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던 외국인투자자들이 김 행장이 그만둘지 모른다며 서둘러 보유물량을 내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돌발상황에 놀란 김 행장은 "공식 제의받은 바도 없지만 나는 절대 관료로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고 "긴급 진화작전"을 폈다. 그는 "사람마다 원래 맞는 일이 있게 마련"이라며 "지금까지 주택은행을 우량은행으로 키우는 일에만 몰두해왔고 앞으로도 주택은행을 초우량으로 이끄는 역할이 내가 할 일"이라고 소신을 내세우기도했다. 이같은 해명이 먹혀든 듯 7일 오전부터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는 주춤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물량은 지난 4일의 절반도 안되는 25만8150주로 잠정집계됐다. 런던 본점의 화급한 문의에 대한 모 증권사 서울지점의 답변은 김 행장이 주택은행의 주가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인물인지를 확인해준다. 이 지점은 "그는 능력있는 CEO이고 마케터임에 틀림없다"고 언급했다. 본점쪽도 화답했다. "수익성을 잘 관리하고 소수주주도 잘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증권사는 "김 행장의 임기는 내년 8월에 끝난다"며 "중요한 것은 주택은행의 전략이며 이런 점에서 중소기업대출부문에서 강점을 지닌 은행과 합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는 그러나 "하나 신한은행은 합병을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산이 증가하고 있으나 합작선인 ING가 잘 관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김 행장이 떠나더라도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는 식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진정책"까지 동원한 것이다. 외국인투자자의 주택은행 지분은 66%안팎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CEO의 행보나 거취에 관심이 크다. 김 행장의 거취에 대한 관심은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그가 떠나는 것을 "악재"로 보는 외국인의 태도다. 현대그룹 정몽구 정몽구 회장에 대해 채권단이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No"라고 한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한 시장전문가는 "김정태 행장의 장관기용설을 둘러싼 외국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주주를 위해 필요한 CEO는 결코 버림받지 않는다는 점과 함께 그렇지 못한 CEO는 축출당할 수 있다는 점을 동시에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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