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부동산 소득환상과 징벌과세

  • 등록 2022-04-06 오전 6:15:00

    수정 2022-04-06 오전 6:15:00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삶의 지혜를 우언(寓言)으로 풀이한 장자는 “뱁새가 깊은 숲에 집을 지어도 나뭇가지 하나면 되고, 두더지가 강물을 마셔도 그저 제 배나 채울 뿐이다.”라고 했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하물며 뱁새도 집이 필요하듯이,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개선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무시하지 말고 존중하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한국에서 집을 꼭 옮겨야 할 경우, 세금 같은 관련비용을 토해내고 나면 심한 경우에는 절반 이하로 규모를 줄여가야 하므로 팔고 사고하다가 패가망신을 각오해야 한다. 게다가 임대차3법에 따른 전세값 급등으로 서민중산층에게 ‘거주이전 자유’가 있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는가?

문재인정부는 ‘부동산은 끝났다’는 명제에 포위된 까닭인지 모르지만 “부동산만은 자신 있다”며 부동산 투기(?)를 조심하라는 신호를 일찍부터 시장에 보냈다. 시장이 식을 줄 모르고 반대로 꿈틀거리자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듯이 세금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집값이 자꾸 오르면서 집 없는 설움은 절망에 이르는 병이 되고, 집이 있어도 안절부절 해야 하는 불안한 세상이 되었다. 높은 양도세와 보유세를 감안할 때 팔지도 못하고 보유하기도 어려워 뒤마려운 강아지처럼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마음만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었다. 유사 이래 어느 시대에도 백성들을 이기고 시장을 제압하는 사례가 없었다는 사실을 소환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소형 아파트에 사는 한 노인은 자식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절반을 공동보유하다가 1가구 2주택 종부세 폭격을 당했다. 생계 수단의 하나인 국민연금 일 년 수령액에 해당하는 거액의 종부세 납부를 위해 개인연금저축을 위약금 15%를 물어내고 해지했다. 열심히 그리고 가늘게 살았는데 늘그막에 들어서서 “하늘이 노랗다”는 것을 실감했다. 거시적으로 보면, 부동산 가격상승은 화폐가치 타락이 원인으로 자산인플레이션 현상이다. 제 집만이 아니라 남의 집값도 오르기 때문에 실질소득이 아닌 환상소득으로 일종의 화폐환상(money illusion)이다. 현재와 미래의 재정적자, 유동성 팽창이 멈추지 않는 한 일시적 부침은 몰라도 추세 반전을 조기에 기대하기 어렵다.

종부세를 내면서 수탈당했다는 심사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무리 해도 종부세의 합리성, 정당성을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폭력은 스스로 정당방위로 맞서야 할 때도 있지만 입법폭력은 투표참여와 헌법소원 외에 아무런 도리가 없다. 고위인사들이 무책임하게 반복 강조했듯이 부동산가격이 저 아래로 떨어진다면 기왕에 낸 세금을 그들의 재산을 쪼개어 돌려 줄 리도 만무하다.

돈에 꼬리표가 없다보니 개인이 낸 세금이 어디로 흘러가 어떻게 쓰였는지 종잡을 수 없다. 50년 가까이 세금을 내면서 국군장병들 급식판에 돼지고기 한 점이라도 더 올라가기를 염원했었다. 충격이 커서 그런지 몰라도, 최근에는 헌법재판소에서 종부세 폭탄에 대한 위헌 판결을 위한 연구비용으로 정의롭게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다가 대통령 내외께 수여하는 무궁화대훈장 제작비로 지출될지 모른다는 생각도 얼핏 스쳐갔다. 구슬땀이 서려 있는 세금이 특활비 명목으로 흐지부지 되지 않고 정당하게 사용되었는가를 지켜보는 일은 납세자의 신성한 의무로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풀빵 굽는 일이 아닌 중장기과제는 현실세계와 이상세계를 조화시켜서 가계와 기업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여 시장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인간의 생존본능이 스며들어 움직이는 시장을 무시하면 반드시 시행착오가 기다린다. 자칭 엘리트들이 거짓신념에 빠져들어 뭣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는 편향심리로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못한다. 대내외 위험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무자비하게 내려친 종부세는 20년간 장기집권으로 세상을 맘대로 재단하겠다는 오만에다 입법만능주의가 더해져 빚어진 공권력남용 사례가 아닐까? 그 과정과 폐해를 심층 분석하여 새로운 정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김호중, 오늘 밤 공연 강행?
  • 칸의 여신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