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학신입생 경쟁력 이렇게 갈린다

주중(週中)엔 오직 공부… 주중(酒中)에 찔끔 공부
한국: 한달 리포트 1편… 주(主)화제 "뭐하고 놀지?"
미국: 1주 500쪽 독서… 식사할 때도 숙제 얘기
  • 등록 2005-04-23 오전 11:19:28

    수정 2005-04-23 오전 11:19:28

[조선일보 제공] 올해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이모(19)씨는 일요일이면 늦잠 자기 바쁘다. “평일 저녁마다 선배들이 부르는 술자리를 쫓아다니느라 피곤해 일요일엔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3때 독서실에 파묻혀 살던 그는 텝스(TEPS·990점 만점) 점수가 900점을 넘어 고급 영어 수업도 면제받았다. 하지만 대학 입학 후 하루 평균 공부 시간은 2시간 남짓. 그는 “1주일에 100페이지 정도만 읽으면 수업은 충분히 따라간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사회대 신입생 김모(19)씨는 “하루 1~2시간은 인터넷에서 놀고, 공부는 두어 시간 정도 한다. 리포트 과제는 고등학교 수준 요약이어서 부담도 없다”고 말한다. 서울대 대학신문 조사(2002년)에 따르면 서울대 학부생(1~4학년)의 1주일 평균 공부시간은 16.8시간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 고교 졸업 후 하버드대 1학년에 재학 중인 이현(20)씨. 그는 하루 4~10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낸다. 4과목(경제·국제정치·스페인어·재즈음악)을 수강하지만 “수업을 따라가고, 다른 학생한테 뒤처지지 않으려면 이렇게 안 하고는 버틸 수 없다”고 했다. 1주일 동안 그가 읽어야 할 책은 300페이지. 또 에세이를 월 평균 3편(A4용지 5~15장) 내야 한다. 한국의 대학 신입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책상에서 멀어진다. 미국 신입생들은 입학이 책과 ‘씨름’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우리 신입생들이 ‘입시 해방감’을 만끽하며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사이, 선진국에서는 20여년 전부터 ‘대학 1학년 학습 개혁’을 추진해왔다. 양국 신입생들은 읽고 쓰는 양부터 다르다. 서울대 경영학과 한모(19·1년)씨는 입학 후 2개월여 동안 두 편의 리포트를 썼다. 자기 소개서와 체육수업 과제인 탁구 규칙에 관한 것이다. 한씨는 “힘드는 과제도 아니고, 인터넷을 뒤져 리포트를 짜깁기한 친구도 있다”고 했다. 연세대 인문학부1년 박모(19)씨는 “문학·역사 시간에 교수님이 책을 읽어오라지만, 제대로 읽어오는 학생이 많지 않다”고 했다. 스탠퍼드대 1년생 김동현(20)씨가 1주일에 읽는 책과 논문은 무려 500페이지. 그는 “수업 진도를 따라가려면 엄청난 양을 읽어야 한다. 한번 진도를 놓치면 따라가기 벅차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남의 글을 다운받아 옮기면 퇴학당한다. 그래서 에세이(일주일 1편 이상) 쓰는 데 드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미국 대학 신입생들은 철저히 ‘주중 공부, 주말 휴식’ 사이클이다. 반면 입학 초 국내 신입생을 기다리는 건 술자리·신입생 환영식 일색이다. 미 펜실베이니아 대학 김준영(20·1년)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까지 ‘수업 4시간→경제학회 활동→공부 5시간’ 생활을 반복한다. 금·토요일 저녁엔 파티 등으로 피로를 푼다. 김씨는 “평일 술 마시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고려대 법대 박모(19)씨는 “술자리 안 가면 친구나 선배들과 친해지기 힘들어 1주일에 두 번쯤 술을 마신다”고 했다. 학생들의 주 관심사는 어떨까. 스탠퍼드대 김동현씨는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끼리도 밥 먹으면서 토론하고 수업 얘기하는 분위기에 놀랐다”고 했다. 서울대 사회대생 김모(19)씨는 “수업보다는 개인 관심사 등 잡담을 주로 한다”고 했다. 양국 대학 신입생들의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한국과 미국의 명문대 입학생 학력 수준은 차이가 없다는 게 고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학생들은 “학생들의 개인 자질·능력 때문이라기보다 학교 분위기, 수업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연세대 민경찬(閔庚燦) 학부대학장은 “그동안 우리나라 대학과 학생들은 1학년은 고교 때 고생한 보상으로 대충 보내는 과정으로 여겨왔다. 이 때문에 기초 소양이 부실해지고, 선진국 대학생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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