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0조 8000억원으로 3분기보다 38.5%나 급감했다고 한다. 매출도 59조원으로 9.9% 줄었다. 시장 예측을 훨씬 밑도는 ‘어닝 쇼크’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5조원 이상 감소하는 등 반도체 경기 하락이 현실화한 데 따른 결과다. LG전자도 상황이 비슷하다.
반도체 충격이 이들 회사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반도체는 지난해 우리 수출의 26%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컸다. 자동차·조선·철강 등 주력 제조업이 모두 하향세인 가운데 대들보 역할을 해 온 반도체마저 꺾이면 우리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이 줄어들면서 전체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 단적인 예다. 투자와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드디어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업체들이 재고를 줄이면서 반도체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이 우려된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7%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 갈등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까지 겹쳐 앞으로 상당기간 반도체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반도체 착시’를 내다보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반도체를 대체할 정부의 신산업 정책은 구호뿐이지 실체가 없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드론,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선도 산업을 육성한다면서 아직껏 카풀 논란조차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다. 그러고도 ‘수출 7000억달러 달성’ 운운하면서 눈앞의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올해 ‘제조업 혁신’을 통해 경제를 다시 뛰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려면 기업이 과감한 투자로 혁신성장에 나설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말로만 규제혁파와 혁신성장을 외칠 게 아니라 성장동력이 될 만한 신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없애는 등 실천이 따라야 한다. 꺼져가는 경제의 성장엔진을 되살리고 반도체 대체산업을 육성하려면 우물쭈물 허송할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