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깔딱고개’서 헐떡이는 스타트업…죽거나 버티거나

저마다 펀딩 규모 밸류 줄여가며 자금 조달 주력
투자자 거쳐 깔딱고개 문턱에서 ''OUT'' 기업 多
내년 스타트업 손바뀜 빈번할 듯 "눈높이 낮춰라"
  • 등록 2022-09-01 오전 9:00:00

    수정 2022-09-01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면서 그로스 단계 스타트업계가 ‘깔딱고개’ 언저리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펀딩이 막히면서 런웨이(보유 현금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가 짧아지는 탓이다. 원하는 밸류나 규모가 아니지만 이를 감수하고 펀딩에 성공해 시간을 버는 스타트업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펀딩이 막혀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이다. 죽거나 버티거나 갈림길에서 보이지 않는 혹한기 터널 속 스타트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장기간의 펀딩 끝에 브랜디와 트렌비가 이달 간신히 각각 350억원, 290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이들 모두 원하는 규모나 밸류의 펀딩은 아니었으나, 시장 상황을 감안해 눈높이를 낮췄다는 평가다. 브랜디의 경우 본래 7월까지만 해도 1조원 밸류로 70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투자유치에 나섰으나, 최종 펀딩 규모는 290억원에 그쳤고 밸류는 기업가치 6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저마다 펀딩 규모, 밸류 ‘DOWN’

투자 규모나 밸류가 쪼그라든 건 이들만의 사정이 아니다. 최근 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토스도 본래 9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최대 1조원을 조달하고자 했지만, 아직은 이를 채우지 못했고 기업가치도 작년 투자받을 당시 8조원가량에서 보다 소폭 올랐다. 지난 6월 투자에 성공하며 비교적 숨통이 일찍 트인 직방의 펀딩 규모도 1000억원으로 본래 목표로했던 투자 규모 3000억원에서 3분의 1로 줄었다.

물론 펀딩 규모나 밸류가 기대 수준에 못 미쳤으나 비관론만 있는 건 아니다. 거듭된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증시 악화로 유동성이 급감하면서 VC들마다 옥석 가리기에 나섰고 투자 의사결정에 대한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졌다. 드라이파우더가 많은 하우스들도 연말이나 내년이면 보다 밸류가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관망적 태도로 유의미한 규모의 투자는 중단한 경우가 많다. 이 와중에 펀딩에 성공했다는 것 자체가 투자자들을 상대로 성장 가능성을 입증한 것 아니냐는 평가다.

국내 한 VC 심사역은 “장기간 펀딩을 진행하던 업체들 한두 곳씩 클로징이 되고 있는데, 회사에 돈을 넣지 않으면 다음 스테이지를 기대할 수 없으니 기존 주주들 위주로 가까스로 마무리된 분위기”라며 “성공적 펀딩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장이 지금 같은 상황이니만큼 흥행이 되지 않았더라도 펀딩을 마무리해 고비를 넘길 실탄을 확보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9부 능선에서 투자 ‘STOP’, 위기감↑

문제는 깔딱고개 문턱을 넘지 못한 스타트업들이다. 펀딩에 나선 지 한참이 지났고 여러 굵직한 투자자들을 거쳤으나 아직 소식이 없는 스타트업이 수두룩하다. 왓챠와 메쉬코리아, 발란, 매스프레소, 오늘식탁 등이 대표적으로, 경영권 매각 카드를 꺼내 든 왓챠와 메쉬코리아는 자회사 및 적자 사업부문을 정리하며 현금흐름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스타트업들의 상황이 지금보다 내년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은 만큼 유니콘을 꿈꾸던 중후기 스타트업계 위기감은 나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런웨이가 끝나고 주머니가 텅텅 비면서 밸류가 바닥으로 떨어지면, 내년 투자기관이나 현금흐름 양호한 경쟁사에 싼값에 피인수될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상횡이 이렇게 되자 투자자들은 펀딩 중인 포트폴리오 기업에 옛 밸류를 고집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기관투자가가 다른 기관투자가와 함께 펀딩 중인 기업에 필요한 규모 만큼의 자금을 모아둔 뒤 밸류 등 투자조건에 있어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등 협상에 나서는 경우도 일반화하는 상황이다.

기업가치를 직전 라운드보다 낮춰 투자를 받는 디밸류에이션(평가절하)의 공포감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디밸류에이션이 이뤄질 경우 기존 투자자들의 리픽싱 조항이 발동돼 결국 창업자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는데, 스타트업 입장에서 이를 감안하고 펀딩해야할 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 현금흐름을 어떻게든 개선해내거나 펀딩을 통해 버티는 스타트업과 사장되는 스타트업으로 나뉘며 자연스럽게 1등이 승자독식하는 판이 펼쳐질 것이란 의견이 많다.

VC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들이나 신규투자자들을 모아 매치 협업해 투자할 수 있을 만한 조건을 만들어놓고 스타트업과 협상테이블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며 “시장 상황에 맞게 유연히 대응해야 한다. 지금은 조건과 밸류가 문제가 아니라 살아남는 것 자체가 화두”라고 전했다. 이어 “현금 흐름 탄탄한 기업들엔 지금이 저가에 좋은 기업을 사들여 마켓 1위로 올라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자리를 어느 정도 잡았고 돈이 있는 회사들에는 가만히 있지 말고 이번 기회에 확실한 리더가 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돈이 필요하면 지원해줄테니 M&A에 나서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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