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가장 먼저 매출 1조원 고지를 선점했지만 녹십자가 자체개발 의약품을 앞세워 맹추격하는 형국이다. 양사 모두 안정적인 성장모델를 제시하면서 후발주자들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275억원으로 국내제약사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부동의 1위 동아제약이 지난 2013년 회사 분할로 빠진 자리를 유한양행이 2년 연속 ‘왕좌’를 수성했다. 지난해 녹십자는 9753억원의 매출로 2위에 머물렀지만 유한양행과의 격차가 522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추격전이 긴박하다.
유한 ‘도입신약’·녹십자 ‘백신·혈액 의약품’..차별화된 경쟁력 구축
업계에서는 성장동력 발굴이 쉽지 않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유한양행과 녹십자가 각각 차별화된 수익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유한양행은 지난 몇 년간 ‘도입 신약’으로 외형을 확대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을 국내 시장에서 유한양행이 공동으로 판매하면서 수익을 거두는 구조다.
베링거인겔하임, 길리어드, 화이자 등이 개발한 신약의 판권을 연이어 가져갔고,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 고혈압복합제 ‘트윈스타’(853억원), 당뇨치료제 ‘트라젠타·트라젠타듀오’(888억원),트라젠타’,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743억원) 등 4개 품목으로만 2484억원을 합작했다.
녹십자는 자체개발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백신과 혈액의약품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해외시장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수출 실적 2억달러를 돌파하면서 LG생명과학을 제치고 수출 실적 1위 자리에 올랐다.
독감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의 입찰을 통해 3800만달러 규모가 수출됐다. 녹십자는 태국, 캐나다 등에 수출한 혈액 플랜트도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
지난 2013년부터 유한양행이 녹십자보다 매출에서 한발 앞섰지만 수익성은 녹십자가 단연 우위를 보였다.
녹십자는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유한양행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중이다. 녹십자는 자체개발 의약품의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지난 2010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당시 녹십자는 독감백신을 독점 공급하면서 업계 최대인 150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바 있다. 당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9.2%에 달했다.
|
유한양행과 녹십자를 제외한 주요 제약사들은 대부분 지난해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광동제약(009290)만 먹는 샘물 ‘삼다수’를 앞세워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제일약품(002620)은 다국적제약사의 제품 판매로 매출이 13,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6억원에 불과했다. 제일약품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매로 올린다.
한때 선두권 진입을 노렸던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은 매출 정체와 함께 연구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들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4.5%, 7.1%에 그쳤다.
한독(002390)은 태평양제약을 인수했음에도 매출 증가폭이 크지 않았고 JW중외제약(001060)은 신 성장동력 부재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상위 제약사 중 단 한 곳도 두 자릿 수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
▶ 관련기사 ◀
☞유한양행, 올해 견조한 외형성장 전망…'매수'-NH
☞유한양행, 연 추정 영업이익 상향 '매수'-KTB
☞유한양행, 차기 사령탑에 이정희 부사장 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