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마음의 등불]"실명 유발하는 ‘급성 녹내장’, 예방할 수 있다"

신다영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안과 교수
  • 등록 2022-06-04 오전 8:28:31

    수정 2022-06-04 오전 8:28:31

[신다영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안과 교수] 68세 여자 환자분이 심한 두통과 구토증상으로 응급실에 오셨다. 응급실에서 신경외과적 검사를 하였으나 이상소견이 없었고 안과 내원 당시 안압은 50이 넘는 급성 녹내장 발작이 일어난 상태였다. 안과에서 몇 안 되는 응급상황으로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단기간에도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신다영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안과 교수
안압은 눈 속에서 흐르는 물인 방수의 생성과 배출에 의해 결정되는데 급성 녹내장은 방수를 배출하는 통로가 갑자기 좁아져 생긴다. 이 통로는 각막과 홍채가 만나는 부위에 있다. 이 통로가 좁아지는 이유는 홍채나 수정체의 해부학적인 구조가 급성 녹내장을 잘 일으킬 만한 형태로 타고난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서 백내장이 생겨 수정체가 두꺼워지면 이 통로는 더욱 더 좁아져 위험은 더 높아지게 된다. 부어오른 수정체를 제거하는 백내장 수술이 좁아진 통로를 넓히는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지만, 급성 녹내장 발작이 와서 안압이 높은 상태에서는 백내장 수술이 매우 위험하고 힘들기 때문에 레이저로 홍채에 구멍을 뚫어 방수가 빠져나가는 지름길을 만들어주는 치료를 먼저 하게 된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의 경우에 발작기간이 오래되어 각막이 매우 부어있고, 심한 백내장으로 수정체가 부어올라 있으며 전방이 너무 좁아 레이저로 홍채 절개술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홍채도 두꺼워져 있기 때문에 레이저로 잘 뚫리지 않고 이럴 때 무리해서 레이저를 하면 시술은 성공해서 안압은 떨어지더라도 각막내피세포가 망가져 추후 각막 내피세포이식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응급실로 내원한 여자 환자분은 안압을 떨어뜨리기 위해 최대 약물치료를 시도했으나 발작은 풀리지 않았고 안압도 떨어지지 않았다. 각막 부종과 좁은 전방으로 레이저 시술을 시행하기 힘든 상태였고, 백내장도 심하여 레이저 시술로 안압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추후 백내장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기 때문에 각막 내피세포의 많은 손상이 예상되었다. 그래서 위험하지만 응급 백내장 수술을 하였다.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으로 끝났고 수술 직후 안압은 떨어지고 두통, 안통 등 다른 증상도 호전되었다. 반대안도 급성 녹내장이 올 위험이 커서 1주 후에 예방적으로 백내장 수술을 했다.

급성 녹내장이 생겼던 눈엔 높았던 안압으로 인해 시신경 손상이 남았지만 초기손상 이었고, 반대안 시신경은 정상을 유지해 양안 모두 시력 0.8이상으로 회복했다. 이 환자에서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지만 급성 녹내장 발작이 생기면 매우 통증이 심하고 많은 경우에 치료 후에도 심한 시신경 손상을 남기며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하여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급성 녹내장 발작이 생겼던 눈은 조직들이 매우 높은 안압에 의해 심한 손상을 한번 받았기 때문에 발생 전으로 절대 돌이킬 수 없다.

하지만 급성 녹내장은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 안과검진을 통해 위험이 높은 눈을 발견하고 늦기 전에 위험요소에 대한 관리와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이런 고통스러운 경험은 피할 수 있다.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고통을 너무 잘 참으시는 분들이 많다. 아파도 진통제 먹으며 견뎌보거나 머리가 아프니 신경과로 먼저 가거나, 구토가 나오니 내과를 먼저 가보기도 한다. 급성 녹내장은 조기진단, 조기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안과 진료로 발생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다.

급성 녹내장 환자의 안구 모습. 급성 녹내장 발작으로 각막이 붓고 전방이 얕아져 있으며, 동공은 중등도로 확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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