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AI시대, 미래 먹거리로 뜨는 치의학 산업

  • 등록 2023-06-13 오전 6:15:00

    수정 2023-06-13 오전 6:15:00

[이기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장]우리나라에서 치과 혹은 치의학은 전체 의학 분야에서 별도로 분류돼 있고 대학도 별도로 설립돼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도 19세기 초 의학 교육에 치의학을 편입시키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무산되고 1844년이 돼서야 최초의 치과대학인 메릴랜드 치대를 설립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교육을 받은 치과의사 선교사가 1900년도 초반에 입국해 국내에 치과를 개설했고 이후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유사한 구강의학 교육시스템을 도입했다. 초창기 의학이 소위 필수의료분야인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위주로 발전했는데 상대적으로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은 부각되지 않았고, 치아를 치료하는 기술적인 부분이 강조돼 전통적 의학과 다소의 이질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이 실시된 시기에도 치과의 경우 일부 치료만이 보험 적용 대상이었다. 국민의 생명을 살리고 유지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므로 필수적 의료분야를 우선적으로 보험대상에 산정하고 대부분의 치과치료는 비급여 치료로 환자 자신이 치료비를 부담하도록 했다. 구강건강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최근 치의학 관련 산업의 급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산업 상위 10위 생산품목 중 치과용 임플란트 관련 제품 3종목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CT 등 영상장비 분야도 급성장하고 있다. 나머지 분야는 소위 코로나 특수를 반영한 면역검사시약으로 코로나 이후의 시장추이를 예측하기 어려운 품목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10년 새 나타난 흐름이다.

정부의 정책적 관심이 매우 제한적이었음에도 치과분야에서 어떻게 이런 성장이 가능했을까. 여러 원인을 꼽을 수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치과 치료의 대부분이 비급여 치료라는 특성이 이를 가능케 했다고 본다. 비급여 치료에 해당하는 의료기기는 가격 책정 등 절차에 있어 규제를 비교적 덜 받게 되므로 수출이 다른 의료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또한 인체에 직접 침투하는 백신이나 약제에 비해 인허가 과정이 상대적으로 복잡하지 않아 신속하게 산업화하기 쉽다. 치과는 방대한 의료 영역 중 일부 분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전 세계 치과에서 유사한 치료를 하고 치료를 위한 의료기기와 재료 장비 등이 유사하므로 수많은 영역으로 나뉜 개별 의료 영역에 비해 의외로 큰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즉 전세계 100만 명이 넘는 치과의사가 각각 수억원 수준의 유사한 의료기기 또는 장비의 구매 주체가 된다는 의미이다. 현재 의료기기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유수 반도체 혹은 자동차 생산업체와 시가총액이 유사한 기업이 미국의 치과교정기 제작업체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치아는 인체에서 뼈보다 더 단단한 경조직으로 손상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재료를 이용해 대체해야 하는 만큼 적합한 재료를 찾아나서야 하고 손상 부위에 맞게 3차원적 형태를 형성해야 한다. 금속뿐 아니라 세라믹이나 새로운 합성물질을 이용한 3차원 프린트 제작기술이 매우 활발히 실용화되고 있는 이유다. 실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 기술이 직접 적용돼 이미 상당수 상품화됐다. 이윤증대를 통한 기업의 가치창출이 기초학문을 위한 수요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제 치의학 관련 의료산업도 민간 주도의 단순기기생산 차원을 넘어 정부의 체계적인 육성전략이 필요하다. 새로운 의료기기가 빠르게 산업화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지금보다 더욱 신속하게 인허가 과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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