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말 965조9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는 국회에 제출된 올해 1차 추경안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네 번의 추경 편성으로 국가채무가 41조7000억원(본예산 대비)이나 늘어났다. 올해에도 지난해 수준으로 추경이 이뤄진다면 국가채무가 연말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만 해도 국가채무는 627조1000억원이었다. 이와 비교하면 5년동안 400조원 가까이 불어나는 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상승하는 속도는 더 큰 문제다. 2016년에 39.3%에서 올해 48.2%로 5년만에 8.9%포인트 높아졌다. 앞으로 두세 차례 추경이 이어진다면 이 비율은 연내 50%를 넘을 전망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아직은 국가채무를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 낮을 뿐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권고하는 안정권(60%) 이내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를 감안하면 우리도 이제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베이비 부머(1955~1963년 출생자)들이 경제활동 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향후 10년간 복지지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수요까지 겹쳤다. 정부 예상으로도 2024년에 가면 60%에 근접한다. 1990년대 초반 35%에서 1990년대 말 100%를 넘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위험도 다분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폭주하는 기관차에 브레이크가 없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지난해 재정준칙 도입을 위해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국가채무비율을 60%,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를 넘지 못하도록 억제선을 설정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국회는 아직까지 심의하지 않고 있다. 여당은 코로나19 극복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야당은 차기 정부 출범 후인 2025년부터 적용하는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파적 유불리를 떠나 국가적 관점에서 판단할 일이다. 국회가 재정준칙 도입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