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블록체인’(Blockchain)과 ‘비트코인’(Bitcoin·BTC)에 대한 이론적 정리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 2008년 10월 31일 오후에 등장한 이 논문의 저자는 이후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발전상에 대해 논하다 2011년 4월 홀연히 사라진다. 비트코인이 생명력을 얻게 된 건 역설적으로 이때부터였다. 말 그대로, 누구도 통제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리먼 사태로 불거진 금융권 불신이 낳은 ‘IT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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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는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불리는 부실 부동산채권 파동으로 세계 금융경제가 휘청이던 때였다. 기존 금융권에 대한 불신은 결국 이들의 상징적 공간인 월가(Wall Street)에 대한 점령(Occupy) 운동으로 번지기도 했던 때다.
IT 전문가들은 예전부터 분산화를 통해 개별 사용자가 서로 직접 연결(P2P)되는 방식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기존 체계에서 독립한 형태의 사이버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는 신념을 보여왔다. 그런 철학을 담고 먼저 출범한 플랫폼이 ‘월드와이드웹(WWW)’의 인터넷이었다면, 블록체인을 통해 아예 독립된 화폐와 이를 통한 자체적 경제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다는게 초기 비트코인 커뮤니티 참여자들의 공감대였다.
결국 비트코인은 기존 경제 구조에 대한 IT 업계의 반발에서 시작해 개인들의 자유도를 높이는 혁신 수단으로 부상한다. 시간이 지나 기술이나 철학에서 의견을 달리하며 이더리움(ETH)이나 이오스(EOS), 비트코인캐시(BCC) 등으로 분화된다.
2010년 5월, 미국의 프로그래머 라즐로 하니예츠는 비트코인 관련 커뮤니티에 “피자 2판을 보내주면 비트코인 1만개(1만BTC)를 주겠다”는 글을 올렸고, 실제로 누군가 피자를 제공했다고 해당 커뮤니티에 인증하는 사진을 올렸다.
물론 비트코인이 실제 화페처럼 현실 세계에서도 통용 가능한지 확인해보기 위한 실험의 성격이 강했는데, 그만큼 초기 비트코인의 가치는 그 정도로 평가됐다. 피자 한판을 1만원으로 잡아도 2만원 수준으로, 1BTC는 2원에 불과했다. 지금 시세로 환산하면 1만BTC는 약 700억원대에 이른다. 지난해 말 1BTC가 2500만원 가량으로 치솟았던 점을 돌아보면, 하니예츠는 최대 2500억원 수준에 피자 두판을 먹은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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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의견 속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적 관심을 바탕으로 암호화폐의 다양한 활용에 대한 논의는 계속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덩달아 우선 암호화폐 자산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한주 간 새로 개설한 비트코인 지갑은 135만개로 전주 대비 2.8% 증가하는 등 열기는 여전하다.
“항공사·통신사 마일리지도 통합 가능” 미래형 금융 플랫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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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항공사 마일리지나 통신사 포인트, 동네 작은 카페 스탬프까지 여러 곳에 나뉘어 적립된 가치를 개인 이용자가 보다 원활하게, 자신이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각 개인이 보유한 가치를 중앙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개념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우선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을 통해 핀테크 분야에서 활용하는 프로젝트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또 개인의 데이터를 사업자에 제공하고 암호화폐로 보상받는 형태의 방식이나, 암호화폐를 저장하는 전자지갑 개발사들의 오프라인 결제 연동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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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올 1월 초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검토’ 언급이 나오는 등 정책적 불확실성이 작용하면서 폭락을 거듭했고, 현재는 국내와 해외 시세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또 연초부터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신규계좌 발급과 공개 암호화폐 투자 모집(ICO)을 제한하고, 8월에는 거래소 업종을 벤처 지정업종에서 제외시키는 등 여전히 사행성 산업으로 취급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스위스, 동남아시아, 에스토니아 등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있어 국부유출에 대한 비판도 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11월이면 금융 당국이 ICO 등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정책 기조를 명확히 밝힐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져있다”며 “비트코인 초기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의 질서가 형성됐다면, 현재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로 주도권이 넘어온 상태인만큼 우리 정부가 명확한 입장 표명을 통해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